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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대개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적 요인이라는 렌즈, 색안경으로부터 쉬이 벗어나지 못합니다.
우리가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았던 중세~근대에 살고 있다면
독서 애호가들은 주문한 책을 실은 배가 입항하기까지 오랜 시간 애타게 기다려가며 입수한 뒤
현대인들보다 훨씬 기뻐하면서 찬찬히 정독하고 낭독회도 열겠죠.
당시에 1천 페이지를 훌쩍 넘는 분량의 책들이 많이 출간된 데에는 이런 배경도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제 영상문학 또한 높은 경지에 다다랐으며
다큐멘터리 및 유수 대학강의 같은 교육적인 영상까지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등
우리는 시공간의 제약을 거의 초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시청각까지 전방위로 활용하는 영상 콘텐츠들이 지닌 특장점(전달력)이 명확하고
한정된 24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요즘
<위대한 유산>이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토지>를 다 읽어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검색으로 필요한 정보를 바로 찾을 수 있으니 백과사전이 사라지는 등
팩트형 지식 습득이 지니는 효과는 예전과 달리 매우 제한적입니다.
교육영상만도 쏟아지는 판국이라 오히려 '정보의 과잉' 혹은 '노이즈'를 걱정해야 하는만큼
기존에는 부족한 정보를 찾아내는 게 중요한 역량이었다면
이제는 넘쳐나는 정보를 선별·추려내고 해석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따라서 현대인들이 장문의 글/책을 읽지 못하게 된 데에는
오랜 시간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사용한다는 전자파의 영향도 있을 것이고
인터넷의 등장으로 스낵컬쳐가 범람하면서 깊은 내용을 조금씩 피하게 된 것도 주요 원인이겠으나
시대적 수요가 달라졌다는 사실 또한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래저래, 출판시장은 황혼을 맞았습니다.
그렇다면 격변한 환경에서 책은 그저 낡고 저물어가는 콘텐츠인가 라는 회의론에
저는 단연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를 토대로 이를 해석하고 엮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현대인의 필수역량.
이건 정보검색 같은 스킬만으로는 절대 뿜어낼 수 없는 진짜배기 능력이니까요.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제는 책을 대체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들 또한
충분히 많이 등장하지 않았는가 라는 반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독서는 내용을 수용·습득하는 속도를 독자가 마음껏 조율할 수 있다는 능동성이라는 측면에서
여타 콘텐츠들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책은 철저히 본인에게 맞춰 단어 하나든 문단이든 읽다 관심가는 내용은 얼마든 천천히 곱씹어볼 수 있으나
일방적 수동적으로 재생되는 영상들은 그러기 어렵습니다. (비록 일시정지, 재생속도 조절 기능이 있긴 하지만)
IT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내에서 독서기피 현상을 두드러지게 체감할 수 있는데
OECD 주요국 중 한국의 근무시간이 긴 건 사실이나
각종 수험서나 취업·자격증 책은 여전히 잘 팔리며 엄청난 수의 까페들이 매일 북적이는 걸 보면
독서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건 핑계에 불과해 보입니다.
단순 지식습득의 중요도는 낮아졌어도 비판적 사고력과 통찰력은 한결 중요해진 시대에서
검색결과나 요약본만 보고 '내용을 안다'고 생각하는 건 크나큰 착각 아닐까요.
예리한 통찰을 바탕으로 현 사회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정보화 사회에서 차별화된 존재가 되기 위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사용하면 그만인 전자기기 외 과연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고민해본다면
답은 이미 나와있지 않나...라고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