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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 - 워런 버핏이 직접 쓴 유일한 책
워런 버핏 지음, 로렌스 커닝햄 엮음, 이건 옮김, 신진오 감수 / 서울문화사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눈앞에 고속도로가 있는데 굳이 우회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랜 기간 워런 버핏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빈번하게 인용되어왔고
그의 이름이 들어간 책만해도 수두룩한데
본인이 직접 쓴 유일한 내용을 먼저 접하는 게 좋겠죠.
엄밀히 말해 이 책은 버핏이 보낸 주주서한들을 집약한 일종의 편지모음 성격입니다만
지구 상에서 가장 놀라운 성공을 거둔 투자자의 핵심철학이 집약되어있는만큼 내용의 질은 압권입니다.
단 오래 전 기술된 주주서한이 많다보니 회계 쪽 챕터에 GAAP 체제 관련 내용이 많다는 건 살짝 아쉽고
비기축통화국이자 소규모 개방경제인 국내 특성에 대한 별도의 고민은 필요하겠으나
그것이 투자철학과 문맥을 살펴보는데 조금도 지장을 주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개정판에서 대단히 매끄러워진 문장의 흐름과 번역에 찬사를 보냅니다.
기업지배구조부터 금융투자, 보통주 및 보통주의 투자대안, 인수합병, 회계 등으로 분리 구성된 주요 챕터에는
영화, 우화, 유명인사들의 에피소드를 인용한다거나 일상사를 빌어
깊이있는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버핏의 농익은 표현력이 잘 깃들어 있습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건 이를 완벽하게 체득해야 가능한 역량이죠.
담백하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은 본 방식은 국내 몇몇 운용사에서도 벤치마킹한 방법입니다.
버핏의 주요 투자철학은 그간 많이 소개되어왔기에 숱한 명문구들을 굳이 옮길 필요는 없어보이고
직접 감상하면서 그 맛을 느끼는 게 정석입니다.
특히 증시 참여자 및 관련업계 종사자라면, 문장의 행간을 음미하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대단히 많지 않을까 합니다.
전 기업지배구조, M&A, 자산 배분에 대한 내용이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
본서 첫 장이 '기업지배구조' 관련 내용인데
국내 증시에 실제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이 부분이 참 쓰라리게 다가올거라고 봅니다.
버크셔 같은 회사는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사례라 애초에 이 정도 퀄리티는 바라지도 않지만
찰리와 버핏이 '그것이 알고싶다' 1,000회 특집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매우 궁금하군요 -_-)a
가치투자에는 종종 트렌드와 동떨어지고 소외되면서 겪게되는 '밸류트랩'이라는 장애물도 있고,
대단히 후진적인 국내 기업지배구조 이슈도 잘 비껴가야합니다.
회사도 좋고 재무구조도 뛰어나지만 소액주주들은 자기 몫을 전혀 가져갈 수 없는 경우가 잦은만큼
순환매와 세일즈가 그득한 아수라장은 상기 여러 요인들이 복합 작용하여 더욱 심해지는 측면도 있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너무나도 담백한 주주서한과
주인 대리인 함정에서 거의 완벽하게 벗어났다고까지 볼 수 있는 이상적인 이사회 및 의사결정 구조,
투자지주사로서의 경영철학을 보면 그저 부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추가로 기업인수 및 합병 및 자산배분 관련 기술은
장밋빛 전망들로 가득채운 인수금융 IM 자료를 숱하게 봐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내용들.
수수료를 지향하는 브로커들의 근본적인 한계와
야성이 넘치는 경영자들의 자신감에 대한 경각심을 계속 일깨우는 버핏은
수많은 비유를 동원하면서 EBITDA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합니다.
그런 면에서 감가상각비를 더한다면 법인 운영을 위해 매년 지출되는 Capex의 차감도 같이 고려하여
밸류에이션해야 한다는 버핏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고 자산 배분,
일반적으로 대형 투자기관들의 포트폴리오에는 채권, 여신 등이 대거 혼합되기 마련인데
독특한 투자지주사로 대부분 주식에 의지하면서도 이들이 일궈낸 꾸준하면서도 경이적인 결과물은
복리의 법칙을 정말 잘 보여준 사례겠지요. (하지만 주요 기관들은 결코 따라할 수 없는 포트폴리오ㅎ)
실제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전략적? 자산배분은 대부분 주먹구구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자산 배분은 다양한 투자섹터와 각 분야의 특성·규모·현황, 회사의 투자성향 및 부채조달구조, 가용자본 등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조율해야하는 고도의 역량이 필요한 영역이기에... 이런저런 실정 상 이해는 됩니다.
실제 투자를 하다보면 각양각색의 투자방식을 직간접적으로 접하게 되고
굉장히 다양한 철학이 존재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렇더라도 찰리&버핏의 기본 투자원칙을 근간으로 버크셔가 장기간에 걸쳐 보여준 모습은
주식 투자 뿐만 아니라 대주주-이사회-경영진 간의 관계 설정 같은 기업경영 측면에서도 굉장한 영감을 선사할 뿐더러
금융업 각 섹터에 대한 다양한 시사점을 제공해줍니다.
이들이 거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과
주주들의 지나친 간섭도 없으면서 의사결정이 대리인이나 소수에 의해 왜곡되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이 궁금하다면
뻥 뚫린 고속도로를, 한 번 정주행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