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의 역사
리처드 실라.시드니 호머 지음, 이은주 옮김, 홍춘욱 감수 / 리딩리더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미국의 출구전략 단행 후 거대한 자본유출이 일어날지 여부는 예단할 수 없고 꾸준히 지켜볼 사안으로

장차 채권시장의 거대한 변곡점이 올 수도 있는 시점을 맞아 

금융의 고전에 해당하는 <금리의 역사>를 다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해당 분야의 책을 처음 접하는 단계가 아닌 한 통독·발췌독이 더 효율적일 수 있는데

대부분의 고전이 그렇듯 이 책 또한 거의 1천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압박이 있어서

동서고금의 금리 데이터 나열 관련 분량이 많은 책의 특성 상 관심있는 부분 위주로 찾아봐도 좋을 듯 합니다.


일단 이 책은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그리스·로마, 중세에서 현대 주요국에 이르기까지,

이 자료들을 어떻게 다 모았을까 싶을 정도로 방대한 금리 시계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개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요즘은 AAA AA A B 처럼 채권등급을 세분화하여 시간차가 있거나 국가가 다르더라도 비교가 가능하죠.

반면 얼마 전까지는 이러한 정량적 구분이 없었을 뿐더러 각국의 특수성 또한 가지각색이므로

제시된 예전 자료들의 1대1 비교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음을 감안하면서 읽어야 될 겁니다.

 - 이 한계가 본서의 가치를 0.1%도 손상시키진 않습니다.


금융의 역사를 다룬 주요 책에 늘 빠지지 않는 내용은

금/은 함량 감소 같은 화폐순도 저하로 해당 통화에 대한 신뢰가 붕괴될 경우

로마를 비롯하여 해당 사회는 결국 무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죠.

신대륙이나 식민지로부터 은과 금이 너무 많이 들어오는 바람에 오히려 자국 경제가 황폐화된 스페인도 있고.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지만 신뢰에 기반한 신용거래의 장점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엄청난 축복으로,

비록 '월가의 탐욕'으로 대표되는 탐욕의 원인이 되기도 하여 <시대정신> 같은 내용에 일견 공감가기도 하나

그 장점을 버릴 순 없습니다.



각종 데이터들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구축된 DB를 토대로 최대한 합리적으로 조절하는 현대에도

중앙은행들이 여전히 '샤워실의 바보들'처럼 갈팡질팡 헤매는 모습을 늘상 보는데

전산 시스템도 없고 자료 확보가 어려워 통계의 정확도가 매우 낮았던 예전에는 통화정책이 더 어려웠을 겁니다. 


가령 농부들의 생산성 대비 적용 금리가 지나치게 높았다면?   - 샤일록 -

금리가 사회상을 제대로 반영 못한다면 종국에는 부채 탕감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 경우 프리라이더가 생기게 되므로 애초에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잘 운영해야 한다는 막중한 의무가 있죠.

몇 년 전 다룬 <부채, 그 첫 5000년>에도 나오는 내용인데

'부채는 반드시 갚아야 하는가?'라는 무시무시한 의문이 생길법한 상황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은근 많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부채탕감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지만...


고대부터 중세, 근대 유럽, 20세기 유럽·북미, 현대에 이르는 책의 내용을 읽으면

러시아나 중국이 왜 그리 은행거래, 신용거래를 불신하고 현금을 쟁여두는 걸 선호하는지

네덜란드를 필두로 한 유럽의 자본시장 발달이 얼마나 오래되었고 미국에까지 이어졌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재 각국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을 역사적 맥락을 통해 되짚어볼 수 있어서 좋네요.


그리고 미국의 금리 시계열 추이을 보면 시장금리를 정책금리에 나름 잘 연동시켜왔다는 게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지금의 옐런도 출구전략 단행 전 자산시장에 살짝살짝 충격을 가하면서

말 한 마디로 전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는 센스를 선보이듯.

반면 신용시스템, 즉 자본시장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나라들은 대부분 세계무대에서 부상하지 못하거나 

잠깐 패권을 쥐더라도 금새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사회가 역동적으로 움직일 때에는 고금리가 용인되다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서 점차 하향 안정화되고

자본비용의 감소를 토대로 사회가 유지되면서 다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기조가 

살기 좋은 나라의 일반적인 모습이 아닌가 싶네요.


<금리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오늘날 소위 서구권이 지구촌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원인를 해석하는 데 있어 

총균쇠와 같은 생태적 인류학적 분석도 대단히 의미있는 동시에 

'적절한 금리 조율'을 통한 자본시장과 사회 안정이라는 요인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연구서적에 가까워 다소 학술적이지만 각국 금리DB에 대한 내용은 가볍게 통독하면서 

현재 우리에게 이 책이 지니는 의의 위주로 음미한다면 아주 효과적인 독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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