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운동화를 신은 마윈 - 알리바바, 마윈이 공식 인정한 단 한 권의 책
왕리펀.리샹 지음, 김태성 옮김 / 36.5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개인·기업 등을 막론하고 어떠한 주체가 시장에 진입하고나면
자기만의 지위를 굳히기 위해 어떠한 형태로든 '장벽'을 쌓기 마련입니다.
그 장벽은 기술력에 기반한 특허라는 방식으로 구현되기도 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강력한 비용절감이라는 양상으로 구현되기도 하는데
규제 등을 교묘하게 활용하면서 '카르텔' 형태로 나타나는 장벽은 해당 사회의 고질적 병폐가 됩니다.
실력이 뛰어난 운동선수가 파벌에 밀려 세계선수권대회·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거나
음악계에서의 끌어주기 문제, 고질적인 유통마진 이슈 등은 대표적인 사례들이고
여기에 하나만 더 추가하자면 담보대출이라는 단순 국내 상업은행 업무에 붙어있는 유통마진도 꽤나 의문입니다.
이는 관치금융과 금융노조라는 줄다리기가 만들어낸 사회적 패착이지요.
돌이켜보년 21세기에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별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웅진 STX는 이미 산화되었고, 기존 산업 중에서는 그나마 미래에셋만이 눈에 띄는 정도이며
흥미로운 건 대기업의 반열에 포함시킬 수 있는 나머지 신생회사들은
네이버, 다음카카오, 엔씨, 넥슨 등... 전부 IT/게임 기반이라는 점.
즉 기존의 카르텔이 강력하다면, 그 게임의 법칙을 빠져나가거나 아예 바꿔버릴 수 있는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있음을 이들이 잘 보여준 셈입니다.
특히 '유통마진'이라는 비용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건 바로 광대역 네트워크, 인터넷 전자상거래입니다.
알리바바는 불과 15년만에 전세계를 아우르는 메머드급 전자상거래 회사로 거듭났고
이에따라 창업자 마윈 또한 영화 <아이언맨>의 모델인 엘론 머스크 못지 않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운동화를 신은 마윈>은 마윈이 출연했던 '중국에서 성공하기'라는 창업 프로그램의 제작/진행을 맡았던 저자가
오랜시간 마윈를 지켜보면서 집필한 책입니다.
'운동화를 신은' 마윈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알리바바의 창업자가 검소하고 소탈하리라 예측해볼 수 있고,
국민멘토 김태원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했던 것처럼
마윈의 어록들은 창업 프로그램에서 큰 반향을 얻으며 회자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창업 관련 책이 성공에 이르기까지에 대한 내용을 피상적으로 짚고 있거나 그들을 영웅적으로 묘사하는데 비해
이 책은 21세기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한 알리바바의 성공원인에 대해
좀 더 깊은 동시에 소박(?)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사실 알리바바의 성공사례는
미래형 비즈니스에 대한 인식·추진 → 소규모 번역회사와 옐로우페이지 시절부터 시작된 수많은 시행착오 →
VC/엔젤/실리콘밸리 등으로부터의 자본유치 → 확장, 시장점유율 확대 → 상장 → 대기업화에 이르기까지
일정 이상 규모를 이룬 회사들의 성공 코스와 거의 유사합니다.
여기에 추가로 강력한 마케팅 기법이 가미되지요.
'중국에서 성공하기' 출연과 더불어 마케팅·홍보 이야기를 좀 더 하면,
김용의 걸작 영웅문의 화산논검을 본따 IT/인터넷 사업가들을 모아 논의하는 '서호논검'을 주최하고
실제로 작가 김용을 살아있는 간판이자 진행자로 모셔왔다는 점은 대단히 독특하고도 이색적입니다.
창업자들을 포함하여 중국인들의 김용 사랑이 각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컨텐츠'를 활용한, 매력적이면서도 대단히 효과적인 홍보기법일 겁니다.
그런데 부를 독식하지 않고 나누겠다는 생각으로 지은 이름 '알리바바'에서 알 수 있듯
다른 이들과 마윈이 차별화되는 점은,
미래를 읽는 비범한 식견이나 마케팅 능력, 리더십 보다도
그가 지닌 사명감과 가치관의 힘이 좀 더 크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2000년 IT벤처붐은 한국에도 새롬기술을 비롯 수많은 악성 먹튀(인생은 한 방) 사례들을 낳았는데
마윈은 가치관이 올곶았기 때문에 결국 주변으로부터 리더십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벤처캐피탈에서 투자 업무를 담당한,
알리바바의 CFO 차이충신은 진정한 '비전'을 발견했기에 투자협상 도중
마윈이 삼고초려를 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1999년 1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월급 '500위안'에 불과한 마윈의 신생회사에 '본인 스스로' 합류했겠지요.
놀라운 결과물을 토대로 인물을 미화하는 건 본디 상당히 지양해야되지만
마이클 포터·피터 드러커가 늘 강조하는 '기업가 정신'과 마윈의 싱크로율은 상당부분 일치합니다.
거의 모든 것이 네트워크화될 미래를 생각하면 전자상거래나 전자결제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알리바바를 보면서 공인인증서 문제조차 해결 못하고 있는 국내의 상황이 계속 대비됐는데
기존의 아이러브스쿨, 싸이월드, 카카오톡 같은 혁신적인 모델들이 계속 생기고
이들이 한껏 뻗어나갈 수 있는 환경을 갖춰주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