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본 (양장)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외 옮김, 이강국 감수 / 글항아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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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2014년 전세계를 강타했고,

<정의란 무엇인가>가 엄청난 반향을 얻었던 것처럼

불공정한 부의 축적 같은 이슈에 대단히 민감한 한국에서도 예상대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약 3세기에 달하는 여러 국가들의 방대한 통계자료에 기반하여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라고 흔히 표현하는 문구가 과연 사실인지를 검증했기 때문에 더욱 열렬한 반향을 이끌어내었지요.

신용에 의해 통화가 창조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지속 우위에 있을 경우 

부는 결국 세습되는 수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한 번 벌어진 격차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계속 벌어지게 됩니다.

 - 사실 이것이 '복리의 마법'의 실체일지도 모릅니다.


빚이 굴러가는 속도가 가처분 소득을 통해 빚을 갚는 속도보다 빠르면 

열심히 일해도 '워킹 푸어'의 매트릭스로부터 벗어나기 힘듭니다.

지역균형발전 또는 중소기업의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고 급속 발전에 따른 후유증이 있다는 특수성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정규직 - 계약직 - 비정규직이라며 노동계층 내에서조차 계급화가 진행된 이 사회에서

이미 소득 수준의 격차는 상당히 벌어져있는 상황입니다. 거기에 일자리조차 세습될 정도니...



21세기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통계 기반 정량적 분석에 상당한 무게를 실은 반면

19세기말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은 같은 주제(대신 부동산 위주)를 다루면서 

수치가 없는 정성적 분석 위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토지사유제로 인한 임대료(지대)가 불로소득으로 누적되므로 지대조세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핵심 내용이고

한국에서도 예전 정권에서 '종합부동산세'가 신설되는 등 당시의 주장은 지금도 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대적 격차는 당연히 어느 정도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과도한 균등화·획일화 아니냐는 포퓰리즘 이슈도 지적되었으나

단순 지니계수 등의 정량적 지표와 더불어 

중동·러시아의 석유 대부호 및 영미권 멕시코 인도 등지에서 일부에게 집중된 엄청난 부를 생각하면 

이들의 주장은 고질적인 빈부격차 문제에 대한 원인을 짚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의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반면 현실적인 측면에서 이들의 주장을 되짚어보면 이들이 내놓는 대안이 과연 실현 가능한지, 

실효성에 대해서는 꽤 의문입니다.

가령 글로벌 부유세가 강력하게 추진되면 지금도 만연한 자본소득의 탈루가 되려 심해지면서 지하경제만 커질 수도 있고

지대에 대한 조세가 부과될 경우 지주·임대인은 어차피 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해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사용권만 부여하고 있는 중국·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의식주의 '주', 

생활 필수재인 부동산 거품 문제는 여타 국가들과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이듯

그 근본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이 가나 현실적인 한계는 있기에 다소 이상적이란 우려도 듭니다.



신용거래가 일반화되어있는 이 세상에서 

채권자에 대한 이자, 자본투자자에 대한 배당 이라는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 건 엄연한 사실이겠으나

노동소득 등과의 적정성 논란, 줄다리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겠지요.

인류의 역사는 늘 '가진 자'와 '덜 가진 자'의 대립구도와 갈등이었고

상당수의 인구가 절대적 빈곤으로부터는 탈피했다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존재하는 한 

다른 이들의 시간과 노동을 사면서 지불하는 가치의 적정성에 대한 테제는 영원히 지속될 이슈일 겁니다.


IMF나 금융위기 이후... 잘나가는 업종이나 잘나가는 사람은 계속 잘되고

안풀리는 업종·사람은 계속 안되는 경향을 주변에서 계속 볼 수 있는데 

'지속 가능한 노동'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21세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해 각자 대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런저런 불안요소가 내재된 상황에서 구조적인 빈부의 세습은 막아야겠으나 

'이상이 과도하면 몽상가'가 될 수 있는만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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