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추격, 추월, 추락 - 산업주도권과 추격사이클
이근.박태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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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서 하나의 유기체인 조직 또한 영욕의 세월이 있습니다.

고급 제품하면 일제 미제만을 찾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심지어 그 막강했던 소니나 파나소닉이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게 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처럼 지금은 한국 기업들이 많은 분야에서 치고 올라온 상황이지만 

요즘은 거꾸로, 이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왕좌를 차지하기도 전에 중국에 의해 계단에서 내려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전 산업계를 뒤덮고 있지요.

 

<산업의 추격, 추월, 추락>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산업의 흥망성쇠와 경기 사이클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고

휴대폰, 게임, 음악재생기, 반도체, 자동차 등 다양한 부문의 사례들을 통해 

신규 시장 진입자가 선도자를 어떻게 추격하고 결국 추월하는지, 

그리고 시장 선도자가 어떻게 우월적 지위를 잃는지에 대해 접근하고 있습니다.

 

무려 10명이 넘는 공동저자가 있는 기획출판 방식이라 

각 산업에 대해서는 해당 분야를 담당한 저자들이 개별적으로 기술하고 이를 다시 대표저자들이 종합하는 구성인데

이들이 표준화시킨 시장의 선도자와 추격자 간 지위를 흔드는 '촉매'는 크게 3가지 입니다.

 

1) 기술혁신 - 패러다임의 변화

2) 경기순환 - 시장수요의 변화

3) 정부규제 및 지원

 

기술혁신에 의한 패러다임 변화는 이미 아날로그 → 디지털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익숙합니다.

이제는 클리셰에 가까운 코닥 필름이나 워크맨-MD-MP3, 모토로라-노키아-애플·삼성-샤오미 사례처럼

기술적 근간이 통째로 뒤바뀌면 기존 선도자의 지위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고 

단계 생략, 즉 'Reset'되어 선도자나 추격자나 동일 출발선에 같이 서게 됩니다.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등장하면서 동시접속(멀티플레이)이 가능해져 나타날 수 있었던 MMORPG류의 온라인 게임이나 

IT 인프라 구축을 통한 스마트폰 게임의 급부상 또한 마찬가지겠지요.

 

첫번째 요인이 기술 혁신이 주로 IT쪽에서 일어나는 반면 2번째 요인인 경기순환은 전 산업에 공통된 촉매입니다.

   수요 부족 - 기존 기업들의 대규모 수익확보 - 신규 진입 및 경쟁적인 설비 증설 - 공급 과잉 - 

   수익 저하·재무적 부담 가중 - 치킨게임 돌입·일부 기업의 도태 - 감산에 따른 재차 수요 부족

이라는 경기순환 속에서 전성기를 지나 어려운 시기가 다가오면

그간 큰 덩치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온 덩치 큰 기업들은 역으로 운전자본 부담에 힘겨워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신규 진입자는 가벼운 덩치를 토대로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실리를 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규제 및 지원 또한 생각보다 대단히 중요한 측면으로,

특히 차관을 통한 정부의 지원 등이 현재의 포스코가 나올 수 있었던 큰 배경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상대적 강도는 약할지라도 LCD나 자동차, 조선 분야 또한 마찬가지인데

문제는 요즘 이런 방식을 중국에서도 벤치마킹하여 똑같이 응용하고 있다는 데 있겠지요. 

 

신제품 출시를 통해 기존 제품이 자가잠식당하는 카니발라이제이션 우려가 있더라도

선도기업이 우월적 지위에 자만하면서 '촉매'에 둔감해지는 순간 

그 빈틈을 헤집고 들어오는 추격자에게 급속도로 당할 수 있음을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잘 설명해줍니다.

기본적으로 내용 자체는 아주 쉽기 때문에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관건은 과거에 대한 사례분석이 아니라 현재까지 패스트 팔로워로서 나름 잘해온 한국의 미래에 대한 제언이 될텐데...

패스트 팔로워에서 벗어나 시장 선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세간의 주장은 그 자체로서는 아주 매혹적이지만

지금까지의 성공 공식을 잊으면 안된다고 말하는 마지막 장의 내용은 상당히 현실적 실리적입니다.

 

특히 역사적으로 항상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끝없이 적응하고 변해가며 살아온 한반도라면 

한국이 세계의 표준이 되기보다는 세계의 표준을 보면서 빠르게 대응하는 게 차라리 낫겠지요. 

현재 한국이 완전한 시장 선도자라고 볼 수 있는 분야는 반도체 등 일부산업 외 매우 드문 상황이며

와이브로 실패사례처럼 기술개발 능력이 많이 향상되었더라도 

표준에 대한 주도 및 네트워킹 역량이나 문화적 저변이 약한 한반도의 실정 고려 시 시장 선도·선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Fast Follower가 아니라 표준이 정해지면 빠르게 진입해버리는 

선점자와 추종자 사이의 Fast Mover가 되는 것 또한 나름 현명한 전략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아니면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해외기업들에 지분투자하거나 M&A하는 것도 또 하나의 돌파구겠지요. 

 

사회주의라는 외피를 벗어던지면 서구보다도 더 무서운 시장만능주의인데다 정부의 유무형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과연 선점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산업이 있을지,

그리고 가발·섬유·신발 - 건설 - 철강 - 화학·조선 - IT·자동차의 뒤를 이어 

과연 문화·바이오·식품·화장품·금융 등지에서도 기존처럼 강력한 추종자로 부상할 수 있을지, 

내용은 아주 쉽지만 각 산업 종사자들에게 종잡을 수 없는 미래 대응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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