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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과 서쪽으로
베릴 마크햄 지음, 한유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극찬했다는 베릴 마크햄의《밤과 서쪽으로》
이 책은 자전적 에세이이며 무려 76년간 사랑 받아온 책이라고 한다.
책 소개를 읽고 궁금했다, 헤밍웨이가 극찬했을 정도의 글은 어떤 글일까.
베릴 마크햄은 '대서양을 서쪽으로 단독 횡단한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다. 1902년 생으로 아버지와 단 둘이 케냐로 이주를 했다. 베릴은 원주민들과 멧돼지를 사냥하러 다니고, 사냥 중에 사자에게 쫓기기도 한다. 집에서 기르는 사자의 발톱에 뜯기기도 하는데 이런 급박한 장면들이 한 편의 야생 다큐멘터리 같았다. 경주마를 조련시키며 조련사 자격증도 따고 18살의 나이에 경마 대회에서 우승도 한다. 1900년대의 여성에게 씌어졌던 전형적인 여성상은 베릴 마크햄에게 해당되지 않았고, 그녀의 굳세고 씩씩한 행보들을 읽으며 희열을 느꼈다.
비행사 였던 그녀가 한 일은 응급 상황시 환자 옮기기, 먼 지역에 필요한 물품 나르기, 야생 동물의 위치 알려주기 등이었다.
빈사 상태인 광부를 치료해야 해서 산소통을 운반해야 한다는 전보를 받기라도 하는 날에는 낮이고 밤이고 상관 없이 비행을 해야 했다.
1900년대 아프리카에서의 비행.
제대로 된 이착륙지도 없고 그 흔한 불빛마저도 없었을 텐데, 그녀는 야간 비행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견고한 어둠 속을 비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외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때로는 다른 이들이 존재한다는 합리적 생각이 불가능할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언덕이며 숲, 바위, 평야가 모두 어둠과 한 몸이 되고, 그 어둠은 무한히 펼쳐져 있다....내 행성은 비행기다. 그리고 나는 이 행성의 유일무이한 거주자다. (p.29)"
마치 그래비티나 마션에서 주인공의 모습을 보는 거 같았다. 아무도 없는 깜깜한 하늘에 혼자 떠 있는 기분일까.
아마도 그 경험을 해보지 않는 한 그만큼의 공허한 감정을 느껴볼 순 없을 거다.
비행 경험 외에도 일반인이라면 해볼 수 없는 경험들, 사냥이라던지 사자에게 물리는 긴급상황들을 베릴은 모두 겪었다.
"귓가에 박힌 패디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어느날 지옥문의 경첩이 덜덜거리며 흔들리다 열려 단테의 시에 등장하는 악몽들의 풍경과 생생한 소리를 펼쳐놓았을 때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소리였다. 이 세상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그 안에 나를 쳐넣어버리는 무시무시한 포효였다. (p.105)"
그녀가 살았던 환경에서의 경험들이 모험적이고 진취적인 성향의 토대가 되었을 거 같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을 책으로 펴낸 베릴이 대단하다. 그 기억들을 끄집어 내고 읽는 이로 하여금 생생하게 느껴지게 했으니 말이다.
소설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흡인력이 있고, 영화화되어도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