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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그리고 사람들 - 영화의 첫인상을 만드는 스튜디오 이야기
이원희 지음 / 지콜론북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영화에 나오는 스틸컷을 이용한 포스터, 주인공 얼굴을 줌인(zoom-in)한 인물 포스터 등
포스터 한 장만으로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고, 영화에 대한 줄거리나 분위기를 예상해 볼 수도 있다.
영화 한 편에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노고가 들어간다면, 영화 포스터 한 장에는 디자이너의 수고가 녹아있다.
《영화, 포스터 그리고 사람들》는 영화를 사랑해서 일하게 된 디자이너들과 일하면서 영화에 빠지게 된 디자이너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영화는 크게 상업 영화와 다양성 영화(독립 영화, 단편 영화 등)로 나뉜다.
상업 영화의 포스터는 제작사나 감독의 요구가 많기 때문에 제재가 많고, 다양성 영화의 경우에는 그 제재가 덜 해서 자유롭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 한 편당 '메인/티저 포스터'만 만들었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에는 '아트 포스터, 엽서세트 등 굿즈상품'을 만드는 영화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포스터 외에 영화 상품분야가 넓어지면서 디자이너들의 수나 역량이 많이 필요할 거라 예상되었지만, 의외로 업계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의 수는 적다고 한다. 그 이유는 찾는 디자이너들만 계속 찾는 현상때문..

이런 영화계 상황 속에서 서로 똘똘 뭉쳐 일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빛나는, 스테디, 다이버스의 디자이너들이다. 처음에는 이름 앞에 '호'처럼 붙는 닉네임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알고보니 각각의 팀 이름이었다. '스테디'의 안대호, '다이버스'의 박현규 그리고 '빛나는'의 박시영.
이들은 1인 팀에 속해있으면서 '빛나는'이라는 팀에서는 다 같이 일한다고 한다. 뭉치게 된 계기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계속 일해온 디자이너만 찾는 상황이라던가. 디자이너의 역량은 배제한 채 정해진 틀의 작업만을 요구하는 환경 때문이었다.
디자이너 회사에 속해있으면 일은 할 수 있지만 정해진 틀 안에서만 일해야 했고, 회사에서 나와 1인 회사를 차리면 일감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라고..
'한 해 동안 할리우드에서 쏟아져 나오는 예고편이 약 4,000편이라고 하면 예고편을 제작하는 업체는 5개 밖에 없어요.
독과점 시장이에요. 어디나 똑같아요. (p.110)'
그런 상황 속에서 '빛나는'의 대표 박시영이 두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한다.
'대표가 디자이너에게 해야 할 일을 시키는 구조가 아니라 알아서 하면 조언을 해주시는 정도, 딱 그정도예요.
작업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거죠. 그래서 다양한 색깔의 포스터가 나올 수 있고요.(p.94)'

비단 디자이너계 뿐일까. 여러 분야에서 독식하는 소수들은 늘 존재하고, 그 외에 약한 이들은 튕겨져 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빛나는'의 대표 박시영이 전하는 말들은 '영화와 포스터'를 생각하며 읽었던 나에게 '사람'에 초점이 맞춰지게 했다.
'기회와 출발 선상의 불균형은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그 자체로 갈 수 있는 범위가 막혔다는 것은 비정상이에요..
우리 같은 사람의 책임이 커요. 그동안 고민하지 않고, 방치하고, 내 욕심만 찾았던 것 같아요..
근본적인 문제를 토대로 우리가 모였다고 생각해요. 현재 비정상인 것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돌파해보자는 마음이 커요. (p.116)'
빛나는,으로 모인 세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피그말리온, 프로파간다, 길티 플레저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영화 디자인계의 깨어있는 지식인들을 만나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 지향성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공동 기획자 김광철의 인터뷰도 볼 수 있는데, 인터뷰를 읽으면서 올해 영화제에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