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 대륙
미지 레이먼드 지음, 이선혜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남극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라고 하면 보통 과학소설이나 환경관련 소설일거라 예상해 볼 수 있다. 

나의 마지막 대륙》은 남극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하지만 연애 소설이면서 환경관련 소설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뎁 가드너는 남극펭귄들의 개체수를 조사하는 연구원이다, 남극펭귄 프로젝트 APP라는 비영리 단체에 속해있으며

생태계와 조류를 끔찍히도 사랑하는 천상 환경애호가다. 

남극을 찾는 사람들은 환경 연구원들과 환경을 관광하러 온 사람들 두 부류로 나뉜다.

펭귄을 보호하고자하는 뎁은 관광객들을 싣고 오는 거대한 배가 펭귄들에게 얼마나 해로운 영향을 미칠지를 걱정한다.

"우리는 여전이 많든 적든, 한 번에 수천 마리씩 또는 한 번에 한 마리씩 펭귄을 죽이고 있다. 이곳에 사는 펭귄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은 더 이상 함께 숨을 쉬며 살아가는 동물도 자연 현상도 아니다. 그것은 배의 키와 버스의 핸들을 잡은 사람들이다. (p.285)"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관광객들이 없으면 남극펭귄 프로젝트에 투자되는 기금도 마련되지 않기 때문에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관광객들이 필요하다.

소설의 시점은 오스트랄리스호 라는 배가 난파되는 시점으로부터 15년전, 3개월 전, 1주 전, 몇 시간 전 등 여러 시점들이

교차한다. 5년 전이었다가 1주일 전이었다가 다시 4년 전이었다가 5일 전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렇게 먼 과거와 가까운 과거가 뒤죽박죽으로 오가면 책을 읽는데 정신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는데, 

오히려 호흡이 길어졌다가 짧아졌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소설의 흡인력이 상당히 좋았다.

뎁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조류를 좋아했던 뎁이 남극의 펭귄에 사로잡혀 일하기까지.

그리고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남극에서 일하며 만나게 된 남자들을 사랑했지만 뎁은 어느곳에서 묶이고 싶지 않아하며 그녀의 종착지처럼 남극과 펭귄에게로 늘 되돌아온다.

 

"때로는 남극 대륙에서의 내 삶이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것으로 느껴졌고,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현실로부터 분리되어 보호받을 것만 같았다(p.89)"고 생각하지만, 이에 깊이 공감해주는 사람은 뎁의 곁에 없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켈러. 켈러는 남극의 한 음식점에 접시를 닦으러 온 초록빛 눈을 가진 남자다.

켈러는 변호사였던 삶,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이의 아빠였던 삶을 아프게 접고 난 뒤 세상의 종착지인 남극에 오게 되었다.

그는 남극의 펭귄 개체수를 연구하는 뎁의 일을 도우면서 서로 가까워진다.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던 뎁은 시간이 지나면서 켈러에 대해 감정이 깊어지고, 난파 사건이 터지면서 켈러를 찾기 위해 목숨을 걸기까지 한다. 과연 뎁은 사랑하는 켈러와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나의 마지막 대륙》을 읽으면서 남극에 살고 있는 펭귄들의 개체 수에 대해서 그들의 생존과 번식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북극곰 뿐만 아니라 바다표범, 돌고래, 펭귄들의 개체 수도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오로지 과학이나 환경에 초점이 맞춰진 소설이라면 자칫 읽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나의 마지막 대륙》은 환경과 생태계라는 액자 속에 사랑 이야기를 적절히 잘 녹여낸 거 같다.

전문적인 용어가 많이 나온다던가, '여러분 환경을 보호합시다!오늘부터 당신은 환경애호가가 되어야해요!'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극의 하얗고 깨끗한 빙산들, 그 위에서 쉬고 있는 바다표범,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펭귄들 속에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관광객들이나 기후변화로 알을 부화시키지 못하는 펭귄들의 모습들이 오버랩되기때문에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소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

"수컷 젠투펭귄 한 마리가 무리에서 벗어나 우리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한다.

 버드 제독(펭귄의 애칭)은 내 바로 옆에 와 있다. 키가 60cm 남짓한 버드 제독이 앉아 있는 나를,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버드 제독이 몇 걸음을 더 내딛더니 우아하지 못한 날랜 몸놀림 한 번으로 내 무릎 위로 배를 깔며 올라온다..

 펭귄이 내 무릎 위에 이렇게 납작, 고양이처럼 나른하게 엎드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p.234)"


야생 펭귄이 사람의 무릎위에 앉는 장면이 인상깊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어졌다는 뜻으로 읽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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