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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의 품격 - 민폐적 인간을 예방하는 강단있는 자세에 대하여
최서윤 지음 / 웨일북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민폐적 인간을 예방하는 강단있는 자세에 대하여' 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불만의 품격》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진상떠는 손님이라던가, 어른이랍시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꼰대라던가, 근무시간 외에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상사에게 칼침을 날리는 말에 대한 이야기 일거라 생각했었다. 아니면 좀 더 덜 상처 받을 수 있는 팁을 알려주는 책?
하지만 예상을 벗어난《불만의 품격》은 "우리 할 말은 하고삽시다! 불편하다고 느낀 너의 잘못이 아니야!" 라는 뉘앙스로
개인적인 문제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인 문제를 꼬집는 책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내가 당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않는다' 라는 이치에 따라 행동한다면 세상이 얼마나 평화로울까? (p.64)"
나도 그런 생각을 곧잘 하는데, 요즘에는 뉴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자주 든다.
최근의 뉴스 중에서는 학원 강사가 대입입시를 빌미로 여고생들을 추행했다는 것, 제천 화재사고의 댓글에 고인에게 벌거벗고 죽었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과연 학원 강사의 여동생 혹은 자식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악플을 단 사람들의 가족이 그런 참변을 당했다면? 그들은 그런 무지한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물론 이런 생각을 할 사람이면 그런 일도 저지르지 않았을 거다. 우리 사회에는 금수만도 못한 놈들이 너무 많다..
금수만도 못한 놈들을 위해 가장 기초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역지사지 미러링 교육법'이다.
'폭력적 언행을 일삼는 이들에게 그것이 왜 폭력적인지 설득하는 것을 목적에 두고, 특정 개인을 향한 조롱과 인신공격이 아닌
관습적 표현을 비틀어 보여주는 것이 미러링(p.68)' 이다.
요즘 화두에 오르고 있는 페미니스트에 대해서도 이런 관점에서 미러링 교육법이 활용되고 있다.
'어디 남자가 밤늦게 싸돌아 다녀, 어디 남자가 바깥일 하는 여자한테 이래라저래라야, 남자는 집에서 과일 깎고 애나 봐야지' 등
이런 말들을 TV에서 들을 때면 정말 사이다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남자들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으로 3일에 한명꼴로 사람이 죽고 있으며, 헤어진다고 하면 때려 죽이고, 이혼하면 칼에 찔려 죽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점점 더 비일비재해지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저자 최서윤은 불편한 이야기를 자주 해서 '프로 불편러'라는 명칭을 얻었다고 한다. 현재 출연 중인 JTBC<차이나는 클라스>에서는 '프로 질문러'를 얻었고. 저자는 그런 자신을 자랑스레 여긴다. '프로 Pro'라는 명칭은 쉽게 달 수 없는 것이므로!
《불만의 품격》을 읽으면서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직설적으로 불편함을 말하는 것보다 한번 꼬아서 위트있게 던지는 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저자와 같은 사람들 덕분에 세상이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누군가는 불편하다고 말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용기있는 고백이다. 이렇게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힘이 실린 목소리가 사회 전반에 깔려 더 건강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추천사 중에 카이스트 교수 정재승이 쓴 말이 와닿는다.
"솔직한 고백과 당당한 발언이 가득 담겨 있는 이 책에서 작가 최서윤은 프로불편러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스스로 보여준다.. 통쾌한 울림이 많아 젊은이들과 여성들이 크게 공감하겠지만, 정작 읽어야 할 독자는 한국 남자 어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