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 박상 본격 뮤직 에쎄-이 슬로북 Slow Book 2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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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이 책은 사랑을 예찬하는 연애에세이' 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책 속 그 어디에서도 연애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작가 박상 은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못한 상태였고 혼자서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지만 그 흔한 썸 에피소드도 없는..사람이었다.

가끔씩 그의 되도않는 개그에  내가 왜 웃고 있는지 모르겠고. 그나마 카드를 긁어 떠난 무계획 여행에서 바가지요금을 내는 그에게 '그러게 여행 계획 좀 세우고 가지!' 라는 잔소리를 하고 싶었고, '집 나가면 개 고생이다'를 몸소 실천하는 그의 모습에 짠한 실소가 터지기도 했다.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이라고 독자를 낚은(?) 이 책은 음악 이야기와 함께 그가 여행지에서 겪은 에피소드가 주로 나온다.

쉬러 간 여행지에서 맛없는 음식에 비위생적인 숙박시설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말이 통하지 않아 바가지요금을 뒤집어 쓴 그는 음악으로 평정심을 유지하고 음악으로 안좋은 기분을 날려버린다.

베트남 여행 에피소드 중, 하루 만원을 내고 묶게 된 방들은 습기와 곰팡이 냄새와 벌레들이 있었으며

'공통적으로 모든 침대에서 고린내가 났으며, 베갯잇엔 땀이 배어 있고, 뜨거운 물이 잘 안나오거나 하수구 물이 안 내려 (p.76)' 가는 곳들 이었다. 그 곳에서 그는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를 들으며 자기 최면을 걸었다. 음악이 있는데 왜 걱정했지? 내가 잘못했네~하면서..

그리고 오토바이가 쌩쌩 지나가는 도로에서 '버스 두 대가 그를 사이에 두고 부르릉 지나갔을 때, 그는 인간이란 얼마나 고독한 존재인가'를 생각하며 <걱정 말아요 그대>의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부분을 종교의 기도문처럼 반복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의도한 개그라면 제대로 먹혀들었던 부분이었다. 오토바이가 빵빵대는 난잡한 도로에서 버스 두 대가 앞뒤로 지나가는 식겁한 상황에서 인간의 고독함을 생각하다니ㅋㅋ


심지어 발가락에 금이 가서 집에서 방콕을 해야 했음에도 깁스를 하고 방콕행 여행을 떠난 그.

내가 누나였다면 등짝 스매싱을 날렸을 거다. 환자가 무슨 여행이야! 여행갈 돈으로 몸보신이나 하지! 책을 읽는 내내 또 다치는거아니냐며 노심초사했다. 독자에게 걱정을 안겨주는 책이라니.. 설마 이 부분도 또 개그욕심 내신건가? 라는 의문도 들었다.ㅋㅋ

여행 이야기로만 흘렀지만 그 밑바탕에는 음악이 깔려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 좋아하는 김창완 아저씨의 시작점인 산울림의 노래를 다시 들어보았고 목소리가 매력적인 크리스 가르노 라는 가수도 알게 되었고, 신해철의 불멸에 관하여를 들으면서 왠지모르겠지만 계속 가사를 되뇌이곤 했다.

"음악이야말로 삭막함의 반대말이다. 경제고 사회고 정치고 삭막하게 정체된 우리의 지금 여행이 음악의 '뽀샵빨'로라도 좀 아름다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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