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 -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노 요코식 공감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일본 작가 사노 요코는 삶에 대한 시크한 생각들을 책에 담았다.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앞서 책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라는 책으로 처음 사노 요코의 글을 읽게 되었다.

할 말은 다하고 사는 사노 요코식 '공감 에세이' 라지만 일본 문화가 많이 녹여져 있어서 찬찬히 읽어야 이해되는 부분이 많았다. 일상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나오고 1980년대에 써놨던 에세이 여서 그 시대의 일본은 이랬구나,상상해 볼 수 있었다.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노 요코는 집에서 밥을 해먹어야 할 때 반찬에 유독 신경을 쓴다.

남은 반찬을 어떻게 해 먹을까 고민하는 것인데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많았다.

한 예로 남은 찬밥으로 누룽지 밥을 해먹는 과정에서 누룽지 밥 위에 고명으로 조개관자, 돼지고기, 로스햄, 전복, 표고버섯, 죽순, 각종 채소를 올려 먹었다. '잔반을 버리지 않겠다는 집념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고'만 것이다.


다시 남은 재료를 넣고 비지찌개를 먹으려고 했던 사노 요코. 이번에는 비지가 집에 없었다.

남은 재료를 먹어치우기 위해서 비지를 사려고 시장까지 차를 타고 가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차 안에서 기름값을 생각하니 기분이 가라앉았다 (p.84)' 다시 배보다 배꼽이 커진 상황..ㅋㅋ 하지만 30엔어치 비지를 산 것에 만족한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어째 음식 만드는 순서가 뒤바뀐 것 같다'고...



1980년대에 쓴 글이여서 그 당시 디지털의 발전에 관한 내용도 나온다.

최신 컴퓨터가 도입 되기 전 지인의 지인 중에 의사는 보험료를 계산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학생 몇 명과 부인과 함께 50시간을 밤을 새워 보험료를 계산했다고 한다. 날 밤을 새워 계산을 마치고 나면 의사는 "자 불고기라도 먹으러 갈까"라며 학생들과 밥을 먹으러 갔고 부인은 "오랜만에 도쿄에 있는 백화점에 갈게"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신식 컴퓨터가 도입되고 나서 보험료 계산은 1시간만에 끝이 났고 더이상 아르바이트 학생들과 부인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최신 컴퓨터는 고생도 기쁨도 빼앗고 혼자서 차르륵차르륵 지직지직하며 먹대로 작동' 했고  이때 의사는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이제 '인간들은 전문가가 만들어 낸 물건을 돈을 내고 감사한 마음으로 쓰기말 하면 되었다. 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서..(p.125)'

경제가 발전하고 기계들이 인간의 몫을 해내게 되면서 사노 요코는 걱정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적어도 더 이상 그 누구도 아무것도 생각해 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금 사노 요코가 살아있다면 얼마나 까무라 칠까. 사노 요코가 세상을 떠난 2010년에도 무궁무진한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그 이후로 인공지능로봇 알파고와 인간이 바둑 대결을 하고, 로봇의사 왓슨이 의료수술을 해내는 시대가 왔다.

'적어도 더 이상 그 누구도 아무것도 생각해 내지 말았으면 좋겠다​'의 글이 무척이나 공감이 갔다. 2017년에 사는 나도 "이제는 개발이 좀 더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토지를 갈아엎는 개발은 자연을 훼손시키고 이제 우리는 자연을 보러 돈을 지불하고 다닌다. 그 중 제일 안타까운 건 e-book의 개발로 더 이상 페이지를 넘기는 책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아직까지는 개인의 선택으로 손에 잡히는 실물책 가격의 반에 반값으로 e-book을 볼 수 있지만.. 머지 않아 인쇄출판계가 점점 작아져서 딱딱한 화면을 넘기며 시린 눈을 감았다 떳다 하며 책을 봐야 될 거 같아서 무섭다. 반대로 생각하면 책을 만드는 것에 오히려 나무가 훼손되고 있다는 이중적인 문제가 있지만.. 여러모로 머리 아픈 일이다.


사노 요코의 책을 읽으면서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서 좋았다. 1980년대의 작가와 같이 생각할 수 있다는게 신기하고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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