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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픽 - Polar Fix Project ㅣ 스토리밥 문학선 1
김병호 지음 / 스토리밥 / 2017년 3월
평점 :
영화 그래피티, 마션 등 지구와 우주를 아우르는 영화를 보고나면 '인간은 이 세계에 작은 점에 불과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상에서는 최상위 포식자이지만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 보이지도 않는, 작은 존재인 인간.
『폴픽』은 우리가 한번 쯤 상상해 본 죽어가는 지구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에 대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이야기속에 이야기가 있는 액자식 구성이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2050년즈음이며 우주정거장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김중호의 눈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배경은 지구가 아닌 우주공간과 우주정거장이 주로 나온다.
지구는 어느순간 낮은 울림소리를 내며 스스로 죽어가고 있다는 표현을 하기 시작했고 이 소리를 듣는 건 김중호뿐이다.
지구의 끊임없는 재난재해로 인해 우주연구원들은 최소한의 사람들을 우주정거장으로 이동시켜 다시 생존할 방법을 강구한다.
일반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방법은 우주선을 만드는 것이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우주엘리베이터가 등장한다.
지상에서 우주정거장까지 탯줄처럼 이어지는 탄소나노튜브와 그 속에서 캡슐처럼 이동하는 우주엘리베이터.
그림이나 사진없이 책을 읽어나갔기에 책 초반부에는 무슨 그림인지 잘 그려지지 않았다. 영상을 보지 않고 읽는 SF소설은 역시 상상하기 어렵네,라는 생각도 잠시뿐이였고 20여페이지가 지나가자 슬슬 소설의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지름이 40m에 달하는 엘리베이터 터널의 외벽'과 '시속 200km의 속도로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우주엘리베이터'
그리고 각 엘리베이터는 '태양전지들이 가득 실어 지구로부터 36,000km 저 먼 우주 정거장'으로 실어나른다.
SDU는 NASA 가 중심이 된 국제 우주개발연합이며 우주개발을 좌지우지하는 거대한 조직이다. 김중호는 이 조직에 발탁되어 우주엘리베이터를 고치는 임무를 맡게 된다. 하지만 우주엘리베이터를 고치려는 순간 '어떤 정보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그를 덮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10년 전 SDU에 적대적인 RGP (Rescue Gaia Party)라는 단체의 비밀단원 이였던 것을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SDU의 우주엘리베이터 건설을 막기 위해 SDU에 간첩으로 잠입해 폭탄을 설치해야만하는 자신의 임무를 떠올린다...
지구자기장의 축을 고장하자는 거대한 프로젝트인 PFP(폴라픽스프로젝트), 지구인의 새로운 세대를 만드는 NG-2프로젝트 등 우주에서 생존하기 위해 온갖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소설 속 이야기는 언젠가 실현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중력파, 블랙홀, 전자기장, 아포토시스 증후군, 집광판과 전자총 등 과학서적에서 등장할 법한 단어들이 줄줄이 나열된다. 내용을 100% 이해하기에 어려울법한 소설이지만 집중하면서 읽어나갈수록 머릿속에 재밌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다. 딱딱한 소설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다. 공허하고 어두컴컴한 우주에 둥둥 떠다니는 묘한 기분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