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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위 리브
엠마뉘엘 피로트 지음, 박명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독일군과 유대인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투데이 위 리브』
독일군인 마티아스는 총명하고 영리한 35살의 남자로 그려진다. 그는 1939년 독일 비밀 첩보기관인 브란덴부르크 특공대에 입대했고 1943년 특수무대 지휘관인 슈코르체니에 의해 발탁된다. 그 뒤로 그는 스파이와 위장 미군으로 활동하게 된다.
유대인 소녀 르네를 만나기 전까지 마티아스는 '살상 기계의 조그만 부속품이자, 굶주린 식인귀의 수족에 지나지 않았다 (p.29)'
르네는 가족을 잃고 여기저기 짐짝처럼 옮겨다니다시피한 7~8살쯤의 소녀로 그려지고 있다.
마티아스와 르네의 첫 만남에서
독일군들은 유대인을 무조건 죽여야 했기에 르네를 눈밭으로 끌고가고 마티아스는 차마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그리고 다른 독일군 동료가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는 순간 르네와 마티아스의 눈이 마주친다.
마티아스는 알 수 없는 느낌에 의해 자신의 동료를 쏴버리고 유대인 소녀 르네를 보호해주게 된다.
'그녀의 얼굴에 튄 피는 말라붙었고, 곱슬곱슬한 검은 머리카락은 사방으로 흩날렸다.
소녀는 마치 어린 고르곤(그리스 신화 속 머리카락이 뱀인 괴물) 같았다 (p.22)'
이 장면에서 영화 《브레이킹 던》에 나오는 극 중 르네즈미의 모습이 떠올랐다.
영화 속에서도 늑대인간인 제이콥이 갓 태어난 뱀파이어 르네즈미를 죽이려 할 때 순간 그녀에게 각인되어 죽이지 못하는데, 딱 그 장면이 마티아스와 르네에게서 보였다.
독일군이 총을 맞고 죽었음에도 르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담담했다.
당연히 자기가 살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전쟁 고아로 자라온 르네는 지나치게 친절한 사람들을 경계했고, 자신이 어떻게 행동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마티아스에 의해 보호받게 되면서 잠시 긴장을 풀고 있었지만, 끝내 르네를 한 농장에 맡기고 떠나자 르네는 사람들을 경계하며 '또다시 그녀만의 조그만 탐지기를 작동'시켰고 '어떻게든 적응해야만했다. 살아야 했다 (p.55)' 라고 되뇌였다.
마티아스는 르네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파괴적이며 반사회적인 식인 동물'이였고 '사냥에 대한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법'이 바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인물이였다. 그는 '인간이 아닌 모든 인격체에 대해 대체로 아무런 연민을 느끼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냥을 해댔다 (p.102)'
누군가를 죽이려고 태어난 사람 같은 독일군 마티아스와 누군가에 의해 죽여져야 하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 유대인 소녀 르네. 이 둘은 정반대의 삶을 살아왔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누구보다도 살고 싶다는 의지"였다.
마티아스도 어떤 곤경에 처해도 살아남고 싶어했고 그 이유가 르네를 지켜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더 증폭되었다.
르네도 살아남고 싶어했고 죽기 직전까지의 상황 속에서도 자기가 어떻게 행동해야 살 수 있는지를 빠르게 계산했다.
마지막에 "그런게 뭐가 중요하죠? 오늘 살아있으면 된 것 아닌가요?" 라는 마티아스의 말로 마무리되는데
책 제목이 왜 Today we live 인지를 한번 더 알게 되는 장면이었다.
영화화 된다는 소식이 있어서 영화로도 보고 싶다.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