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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우리 할머니 - 25세 손녀가 그린 89세 할머니의 시간
정숙진.윤여준 지음 / 북노마드 / 2016년 12월
평점 :
《그때, 우리 할머니》 를 읽는 내내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가 생각났고 많이 그리웠다.
25살 손녀가 89세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책으로 만들었다. 할머니에게는 정말 뜻깊은 선물이겠구나 싶었다. 89세 할머니는 1928년생으로 일제강점기를 거쳐 8.15 해방을 겪었고 대학졸업한지 얼마 안되어 6.25 한국 전쟁까지 겪었다.
그 고된 시절을 겪었지만 일반 서민보다는 무탈하게 잘 사신 분 이였다.
의사 아버지를 뒀고 경기여고와 이화여대까지 큰 고생없이 공부를 하며 학교를 졸업했고, 대구의 피난길을 겪었지만
가족들과 흩어졌다가 금방 만났다. 중고등학교까지 다니다말다하며 농삿일로 밥벌이를 하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와는 다른 삶이었기에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그 시절 여고 생활은 이랬구나~알게 된 게 많았다.
학교에서 공부는 뒤로하고 일본군의 군복을 만들게 시켰다는 이야기.
학교 테니스장에 물이 얼면 스케이트 타는 것이 큰 낙이었다는 이야기.
조선어를 쓰지 못하게 친구들 서로서로가 감시를 해야했다는 슬픈 이야기도.
그리고 이화여대 시절에는 선을 보는 장소가 무려 '덕수궁 아니면 창경원'이었다는 이야기에 궁에서 선을 보는 장면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지금은 경험할 수 없는 낭만적인 장면 같다.

나도 우리 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이런 저런 이야기들, 할머니가 살아오셨던 그 시간들을 묻고 들을 수 있었을 텐데..
책을 읽으면서 볼 수 없는 할머니가 더 보고싶고 더 그리웠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손녀는 할머니께서 살아오신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것이 뜻 깊었을 테고, 할머니도 손녀에게 그동안
이렇게 살았단다~라며 이야기하고 그 시간들이 책으로 엮여진 것에 대해 뜻 깊으셨을 거 같다.
한 편의 자서전이 만들어진 거니까.. 책의 내용보다는 이 책이 만들어진 그 과정이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