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못한 말
김요비 지음 / 시드페이퍼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노동의 관계에서 갑과 을이 존재하듯이 애정의 관계에서도 갑과 을이 존재한다.

시소처럼 수평적으로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가 있을까.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내가 너를 우주만큼 좋아하니까 너도 나를 그만큼 좋아해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면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나도 널 좋아해 하지만 그만큼까진...' 이라고 얼버무릴지도 모른다.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고의 차이가 '씁쓸한 갑과 을'의 관계를 만드는 것 같다.

시소처럼 수평적으로 사랑을 주고 받다가도, 어느 순간 이 쪽이 기울기도 하고 반대쪽이 기울기도 한다.

 

내가 더 사랑하기에 섭섭한 마음을 접어두기도 했고 상대방이 날 더 사랑하니까 심술궂은 투정을 부릴 때도 있었다.

​이렇게 사랑을 하면서 겪는 속앓이, 그리움, 섭섭함 그리고 이별과 위로에 대해 시원하게 쏟아낸 책이 있다.


 


 


 

여전히 의 궤도를 맴돌고 함께일 가장 외로운 난,

결국 아무 답도 주지 하고

낮은 구름 사이로 환 달무리를 보고야.

너를 모르던 밤에, 우리의 눈빛이 어긋나 노래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는다고 했던 너, 어김없이


《그때 못한 말》 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누군가가 생각나기도 했고, 어떤 장소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래요 당신을 사랑하니까 당신을 이해합니다-라는 뉘앙스의 글이 나오다가.

아뇨 나는 당신에게 좀 (많이) 섭섭했어요-라는 마음을 내비치는 글이 나오기도 한다.


사랑과 이별을 통해서 단단해지기도 하고 그리움에 공허하기도 하고 온갖 감정들이 뒤엉킨 책이다.


 


 

누군가를 알아가면서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 때.

'나는 흑백을 좋아하고 너는 그런 나를 좋아해 그렇게 될 거야' 

오늘밤은 둥글게 뜬 달을 보면서 너를 생각할 거고

'그날 네가 삼킨 핑크색 젤리의 맛이 날 때까지 너의 모든 말캉한 속성들에 쉬지 않고 질문할 거야.'

핑크색 젤리라고 하니까 왜 강아지, 고양이 발바닥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ㅎㅎ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끝끝내 시인했을 즈음

 나의 새벽은 너무 깊었고 나의 너는 너무 멀었고 나는 너무 나를 잃었다 (p.184)'


이별 종말 즈음에, 사랑이 소멸되면서 을이 느끼는 감정일 거 같다.

홀로 어두워졌고 너에게서 멀어져갔고 나를 잃어가는 감정.

새벽에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 축축한 감정에 빠지는 글을 찾아 몇번이고 곱씹었다.

화자는 사랑하는 대상을 바라보고 있고, 사랑하는 대상은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글이 많다.

작가는 아픈 이별을 여러번 한걸까. 한번의 관계 속에서 이러한 감정들을 모두 느낀걸까.

책을 읽다보니 궁금해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이라면, 이별에 아픔에 딱지가 앉기 전이라면 《그때 못한 말》 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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