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가 읽어주는 여자의 물건
이건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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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물건』 대해 말하는 이 책은 사실 '그 남자가 읽어주는'이 제목 바로 앞에 붙는다.

『그 남자가 읽어주는 여자의 물건』이 바로 이 책의 풀네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이건수는 미술에 대한 글쓰기, 강의, 전시기획을 하는 미술평론가이며, '여자의 물건' 에 대해 여성의 역사를 예술적 관점으로 말한다. '여성의 사물 하나하나는 여성의 본질과 닿아 있고, 그것들은 여러 장르의 예술작품에서 각기 다른 색채와 감성으로 표현(p.9)'되어 총 52개의 물건들이 작가의 주관적인 관점과 고유한 해석으로 버무려져있다.


귀고리, 반지, 드레스, 핸드백, 하이힐 등 여자를 상징하는 물건과 커피, 제모기, 여자화장실, 양산 등 생활 속 여성의 물건들.

그리고 욕망의 모호한 대상으로 일컬어지는 립스틱, 마스카라, 스타킹 .

자신만의 색깔을 나타내는 선글라스, 헤어스타일, 향수 등, 마지막으로 여자의 일생으로 표현되는 청바지, 멜로드라마, 꽃무늬, 엄마사진 등.

 


 

 

여성스러움이 뭔지도 모를 나이에 '여자는 무조건 핑크지!' 하는 생각이 또래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강했다.

특히 반에서 여성스러운 아이는 초록색이나 파랑색의 옷을 입지 않았다. 단연 여자라면 핑크색옷을 입어야지! 라고 뇌리에 박혔던 때같다.

점점 커가면서 핑크는 오히려 유치한 색이 되어버려서, 화장품 가게 중 전형적인 핑크색을 브랜드색깔로 내세운 에x드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기가 꺼려지기까지 한다.


'핑크는 묘한 색이다. 미성숙의 몽상적인 오글거림, 붙들 수 없는 떠나감으로 아쉬움을 자아내는 모호한 젊음의 경계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p.182)'


딱 지금의 내가 느끼는 핑크를 표현한 문장 같다.

빨간색과 흰색이 섞여 때로는 진한 농도로, 때로는 옅은 농도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누가봐도 통통 튀는 핑크색을 좋아했던 때를 지나 

지금은 톤다운된 분홍색에 눈길이 간다. 

'1920년대 이전까지 핑크가 원래 남성들의 색이었다는 사실은 또 다른 놀라움이다.'  오히려 파랑색이 여성적인 색이었다고..

그럼 언제부터 핑크는 여성의 색이 되었을까?




 

 

타투, 안 하는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는 그것.

그러고 보니 안 한 친구는 있어도 한번만 한 친구는 없으니 그말이 맞는 거 같다. 중독처럼 자신의 몸에 새기고 또 새기고.


'처벌의 낙인 같은 후천적인 이 상처는 외부로부터 주어진 감시의 시선에 자신의 몸을 맡기지 않으려는,

 정신적 자유를 위한 분노와 저항의 능동적인 선공이다(p.218)'


'정신적 자유를 위한 분노와 저항의 능동적인 선공'이라.. 저자가 보는 시선들과 글로 표현된 문장이 밑줄을 긋게 만들었다.

옛날이었으면 문신은 지울 수 없는 낙인과도 같은 것인데, 요즘의 문신인 '타투'는 자신의 정신적인 믿음이나 잊지 않으려는 가치관 같은 것들을 새기는 행위같다.


'문신은 정신적 내면의 갈등과 열정이 피부라는 캔버스 위로 배어 나온 마음의 초상이다.

 그래서 문신의 본질은 반 고흐의 그림 속에 새겨진 찬란한 고통과 그 질감을 같이한다(p.220)'


반 고흐의 그림 속 물감은 '색채와 형상의 유희적 표현이 아니라 캔버스 이면에서 꿈틀대는 정신적 고뇌의 상징화'이다.

정신과 마음 속에서 꿈틀대는 것을 캔버스 위에 표현한 것처럼 지금 젊은이들은 자신의 피부 위에 그것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저자는 타투와 반 고흐의 그림 속 고통과 질감이 같다고 말한다. 단, 의미없이 새기는 문신이 아닌 의미에 무게를 둔 문신을 말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남자가 읽어주는 여자의 물건​』 속 여자의 물건들은 물건의 정의와 역사적 기원만 쓰여진 평이한 글이 아니라, 미술평론가의 예술학적 관점의 눈으로 쓰여진 글이여서 한 편의 예술잡지를 읽는 기분이었다. 저자의 글은 '심미적이면서도 객관적인 시선, 아름다우면서도 정확한 문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에 걸맞게 참 매력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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