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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솔직하지 못했습니다 - 자토의 소소한 자취 일기
자토 글.그림 / 시공사 / 2016년 9월
평점 :
재미없는 농담에도 윗사람의 말이니까 억어지로 웃어야 할 때,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얼버무려야 할 때.
우리는 모두 솔직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조금은 더 솔직해져도 되는데 오히려 솔직한 게 독이 되는 세상..!
『오늘도 솔직하지 못했습니다』는 자취 10년차의 작가가 서울살이를 하면서 겪은 일상이 담겨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의 말문을 막는 익스트림한 일상,
그 고단한 하루 끝에 맛보는 특초밥+맥주 세트 같은 멘탈 복구 에세이!' 라고 말할 수 있다.

작가의 예명인 자토는 '자취 토끼'의 줄임말이다.
10년차 서울살이를 하며 겪은 울분에 '세상의 최약체인 토끼'가 되어버린 기분이 들었고, 그래서 '자취 토끼'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동글동글한 얼굴에 토끼의 귀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 귀를 달고 나오는 캐릭터가 너무 귀여웠다.

'마트에서 사온 물건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면서 정리할 때, 어쩌다 마음에 드는 노래를 발견해서 계속계속 듣고 싶을 때' 등
소소하게 느끼는 행복에 우리는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나는 마트에 유통기한 임박 코너에서 맛있는 연어캔을 천원에 득템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콧노래를 흥얼거렸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뜻밖의 취향저격 영화를 발견 했을 때! 책 속에서 맘에 드는 글귀를 발견 했을 때, 심장을 훅 후벼파는 문장을 읽을 때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그럴 때 느끼는 감정들은 소소하지만 참 소중하다.
소소한 행복이야말로 커다란 난제가 없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p.88)'

누가봐도 정말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고민은 있을 거다.
얼마 전 SBS스페셜로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 편을 봤었는데 7,800만원의 연봉을 받으며 대기업에 다니는 20대 남자가 회사를 과감히 때려치는 모습을 봤다. 그리고 그 후에는 일본으로 스킨스쿠버를 하러 갔었나? 무급으로 일해도 행복하다며 하고 싶은 것을 찾은 그 남자의 표정은 밝고 활기차보였다.
'나에게 맞는 답이 다른이에게는 틀린 답일 수도 있으므로 다른 이의 답을 굳이 지적할 필요는 없다.
누가 봐도 오답인 답안을 선택해도 내가 즐겁고 뿌듯하면 그만이다 (p.207)'
'우리는 모두 다른 종류의 화분이다.'
누구는 먼저 화려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화분이 있는가 하면, 느리지만 차분히 싹을 틔우고 지지 않는 화사한 꽃을 피우는 사람도 있을 거다. 성공의 유무는 돈으로 따질 수 없다. 물질적인 잣대를 들이대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다 각자 나름의 가치있는 삶을 살고 있고 그런 삶은 서로서로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래 나도 저런 적 있지ㅠㅠ'라며 공감가는 내용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취 10년 차임에도 어수룩한 작가의 일상에서 자주 실소를 터트렸다. 귀여운 그림에 소소한 일상 이야기가 술술 읽혔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