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하다 - 조심하지 않는 바람에 마음이 온통 시로 얼룩졌다
진은영 지음, 손엔 사진 / 예담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詩詩하다』는 시를 엮어놓은 책이다. 책 한 면에는 시가, 또 다른 한 면에는 시인 진은영의 감상편이 나온다.

같은 책일지라도 소설을 읽을 때와 시를 읽을 때의 느낌은 매우 다르다. 소설을 읽을 때는 한 편의 영화처럼 장면장면이 상상된다면, 시를 읽을 때는 내 상황에 대입하게 된다. 추억을 곱씹을 때도 있고, 녹록지않은 현실이 뼈아프다고 생각될 때도 있다.

연애 감정에 대해 혹은 인생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장르도 나는 '시'라고 생각한다.





 

 



1-이별의 순간 2-나만의 인생 3-네가 꿈꾸는 것은 4-다행한 일들

각 목차마다 국내외 시인들의 시가 열거된다.



 


'마흔한 번의 낮과 밤-권혁웅'은 '나만의 인생'목차에 나오는 시이다.

심장 근처에 약음기(악기의 음진동이나 전파를 제어하는 기구)가 있다면, 요동치는 감정을 지그시 눌러줄 수 있을까.

그래서 줄에 걸린 심장의 두근거림이 천천히 찾아든다면, 그게 어두워지는 것이라면, 그렇게 눈을 감는 것이라면.


다른 한면에는 시인 진은영의 감상평이 짧게 나온다.

'서른 살은 지금껏 걸어서 올라온 청춘에 이별을 고할 만한 가능 높은 정상처럼 보입니다.

서른 이후부터는 시간이 어찌나 황급히 달아나는지 한 해가 하루의 낮과 밤처럼 느껴집니다. (p.95)'


시인은 마흔 한 번의 낮과 밤을 노래하며 어떤 두근거림을 말하고 있는 걸까.

시를 말하기 전에 '계속해야 한다. 계속할 수 없지만, 계속할 것이다'라고 베케트의 말을 인용한건 왜일까.


아마 예전처럼 사소한 것에도 흔들리고 떨리는 감정들이 점점 가라앉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무반주 계절의 마지막 악장-최하연'

검은창의 뒷면, 밀랍 인형의 초점 없는 표정, 위태로운 새집.

어두운 느낌이 강한 시였다. 제목과 시가 참 잘 어울리는 시.


'입을 떼도 들리지 않는 숲의 비명, 모든 뒷면들마다 입 맞추며 먼 강의 물속으로 가라앉으리'

시인 진은영은 이 시가 '모든 감정의 뒷면'을 말하는 거라고, 착한 사람도 그 나름대로의 뒷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착한 부모노릇도 잊고, 좋은 동료노릇도 관두고 화분에 물 주기도 건너뛰고. 괜찮아요 괜찮아요. (p.251)'


그래 매번 좋은 사람일 수는 없으니까, 조금은 내려놓아도 좋을 거 같다.





국내외 시인들의 시가 많이 담겨있어서 새로 알게 된 시인들이 많았다.

시를 읽고 싶을 때 어떤 시인의 책을 사야할지 고민될 때가 많았는데, 책 한권에 시가 모여있으니 좋았다.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와 고독, 차분한 느낌의 시가 많아서 자기 전에 읽기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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