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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일 - 자정의 시작
임근희 지음 / 정오와자정 / 2016년 6월
평점 :
오랜만에 공상과학소설(SF소설) 을 읽었다.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었기에 꽤 재밌었다.
『그들의 일 : 자정의 시작』 속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국회의원, 판사, 의사, 연구원, 기자, 경찰. 표면적으로 그들은 각자의 일을 하는 사회의 일원이지만, 실제로는 한 분야, 한 사건으로 엮여진 인물들이다. 그것은 바로 '기억치료'라는 의료분야이다.
이 기억치료라는 분야는 약물과 기계로 기억치료가 이뤄지는 분야인데, 공식적으로는 의사가 환자를 기억치료하는 과정이다.
의사가 환자와 대화하면서 수정/삭제해야 할 기억들을 끄집어낸다. 이 치료과정을 기계가 분석한다.
분석 후, 그에 맞는 알약을 환자가 복용하게 되고 복용함으로써 '환자의 뇌 속에서 어떤 기억과 감정들이 감쪽같이 사라지게 된다.'
기억치료가 생겨남으로 인해서 우울증에 걸렸던 사람들은 우울증을 유발하는 감정을 없앨 수 있었고, 인생에서 안좋은 기억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도 이 기억들을 없앰으로써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기억치료제를 접해본 시민들에게, 기억치료제를 향한 욕망이 생겨났다 (p.84)'
'기억치료는 환자의 정신건강을 향상'시키고, '환자는 지금보다 더 좋아진다는게 뭔지 알게 되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지금보다 더 좋아지는 것 그자체를 욕망(p.72)'하게 되었다.
독점 제약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약물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암시장에 불량 기억치료제가 등장했고, 일부 사람들은 이 약을 사먹으면서 약물중독자가 되어간다.
'약물중독은 중독 상태에 놓인 인간에게만 새로운 존재가 되는 기회를 주죠. 약을 먹을 때마다 기억치료보다 더 크게 흥분합니다..
그러다 보니 약효가 사라져 흥분의 원동력이 사라지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기가 너무 힘들어집니다 (p.229)'
즉, 약물을 복용함으로써 극도의 흥분상태가 되는데 그 흥분상태를 갈망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거다.
마약과도 같은 이 기억치료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의원은 법률을 개정하려하고, 연구원은 부작용을 없앤 기억치료제를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사건 속에서 누군가의 음모가 발생하고, 그 음모를 막으려 누군가는 목숨을 내놓는다.
책의 초반부는 두세번 더 읽어야 이해가 가는 문장들이 있었고, SF소설이어서 그런지 머리에 착착 달라붙는 문장이 없었다.
1부와 2부 중반까지만 해도 집중하기가 어려웠는데 2부 중반부터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이고 점점 재밌어졌다.
그리고 뜻밖의 반전이 있어서 2부 중후반과 3부가 가장 흡입력이 있었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시각적으로 재밌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약물을 먹으면서 감각이 예민해지고, 차가운 공기를 마시면 폐가 날카롭게 느껴진다는 문장이 있었는데 약물이 몸에 퍼지는 장면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아마도 멀지않은 우리의 미래이기도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