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의 학교
이서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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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학교』
제목부터 고혹적인 느낌이 든다. 퇴폐적이기도 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유혹'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든다.
흔히 '유혹'이라 함은 여자가 남자를, 남자가 여자를 자신의 매력에 빠지게 만드는 행동을 말한다.
'유혹誘惑' 은 한자어로 "꾀어서 정신을 혼미하게 하거나 좋지 아니한 길로 이끎"이라고 정의 내려지고 있다.
또 다른 뜻으로는 "성적인 목적을 갖고 이성을 꾐"이라는 뜻을 가진다.




*저자 이서희는 '유혹'에 대해 새롭게 정의를 내리고 있다.

 

"유혹은 멈춰 있지 않고 움직이면서, 열려 있는 시선으로 삶과 세상을 이해하고 도발하고 품어내는 일. (p.18)"

 


나와 너의 관계에서의 유혹이 아닌, 나와 세상의 관계에서의 유혹.
'유혹은 독립된 개체로서 상대의 영역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 행위(p.186)'이다.
유혹의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존중해야 하고, 성숙해야 한다.
이 같은 행위를 무시하고 벌어지는 사회적인 이슈들, 예를 들자면 "연애 폭력" 같은 것들도 잘못된 유혹과 위험한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유혹을 폭넓게 정의 내릴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고 새로웠다.
연애의 첫 단계에서의 '썸'도 유혹의 일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친구를 사귀기 이전에 서로에게 호기심을 보이고, 서로를 탐색한다. 이 또한 유혹이 아닐까?
또, 이성과의 관계가 아닌 여러 구성원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이쁨을 받거나 미움을 받는 사람이 있으니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성적인 유혹이 아닌 '건강한 유혹'이 존재한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아마 소설이었다면 야시시한 내용이 담겨 있었을 테지만, 그에 못지않게 매혹적인 문장들이 나열되었다.

"내 앞에서 도드라지는 욕망의 형태에 전율했고 그것을 감싸 안는 촉감으로 구분했고
절정에  오를 때 변화하는 표정을 복기하고 또 복기하는 과정에서 사랑에 빠졌다. (p.151)"






*저자의 개방적인 생각 때문일까,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40대의 두 딸의 엄마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연애 경험담과 연인이 되지 못한 경험담 그리고 유혹과 사랑과 연애에 관한 문장들은 밑줄을 긋게 만들었다.

"존재와 존재의 만남은 떨림인데, 우리는 자주 그 떨림을 잊거나 인지조차 못한다.
만남의 감수성이 둔해졌기 때문이다.
유혹은 그 떨림을 인지하고 때로는 증폭하고 의미 있게 만들려는, 정성을 다하는 행위이다 (p.205)"





*표면적으로 보자면 연애와 유혹 이야기인데, 더 깊게 읽어 보면 나와 세상과 유혹의 이야기였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끊임없이 유혹하는 것. 한마디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 삶에 대해 능동적인 사람"이 아닐까?
제목처럼 이 책은 책장(冊張)을 덮지 못하게 나를 계속 유혹(?)했다. 덮었다가도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 계속 읽게 만드는. 자신의 이야기만을 고집하며 내세우지 않고, 내 경험은 이래요 당신은 어떤가요? 이런 느낌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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