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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여행 - 낯선 공간을 탐닉하는 카피라이터의 기록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표지부터 담백한 이 책.『모든 요일의 여행』은 카피라이터로 12년간 일해온 저자의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누군가의 일상과 삶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누군가에게는 가슴 떨리는 여행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여행. 이라고 하면 꼭 어딘가 멀리 떠나는 이야기만을 생각할 수 도 있다.
못 보던 낯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황홀한 풍경을 보고 감탄하고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을 찾아다니고..
하지만 여행. 이라고 하면 지금 우리가 사는 삶도 나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여행과 삶을 통틀어 이야기하는 책이다.

여행을 떠나는 우리는 쉴 틈 없이 무언가를 보고, 먹고, 느낀다.
어쩌면 평소에 삶보다 여행지에서의 삶이 더 빠르고 급급하게 돌아갈 때가 있다. 조금은 더 느긋하게, 여행을 즐길 필요가 있다.
'평일만 있는 일상이 잔인한 것처럼... 여행에도 일요일이 필요'하다.
'여행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동시에 여행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p.81)' 그러니 조금은 천천히,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부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지자. 왜냐하면 우리는 여행 중이니까.

찾아 놓은 맛집에 길게 늘어 선 줄을 보고 돌아서야 했을 때.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예약해놓은 레저 체험을 포기했을 때.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어두운 밤, 쏟아지는 폭우에 내비게이션까지 고장나 버렸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 있는 여행을 '사랑스러운 결점으로 가득 찬 여행' 으로 바꿔말하면 어떨까.
아.다르고 어. 다르다는 느낌이 이런 느낌인걸까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동시에 여러 순간을 사는 사람도 없다(p.127)'
우리는 초능력자가 아니니까.
'완전한 비단만큼 불완전한 여행이 또 어디 있겠는가? 결점을 만들어야 한다.
나만의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믿어야 한다... 그 선택이 나의 여행을 만든 것이다 (p131)'
흠 없고, 마냥 신나고 잘 풀리는 여행이 있다면 그만큼 또 흠 있는 여행이면 어떠랴~
오히려 우여곡절을 겪은 여행이 나중에 돌이켜 보면 더 재밌는 기억이고, 추억거리가 된다.

해외 여행지에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식당을 찾거나 음식을 먹거나.
그런 선택을 해야 할 때 저자가 말하는 팁이 있다. 바로 '마법의 질문'을 현지인들에게 건네는 것!
"What's your favorite?"
이 한 문장이면 모든게 통한다고 한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건요?라는 이 평범한 한마디(p.106)'는 '여행에서 가장 실용적인 말 한마디'라고 한다.
이 한 마디면 가게 점원은 눈을 반짝이며 최고의 음식점을 소개해 주었고, 이 한 마디면 음식점 아저씨가 생선 한 마리를 두 마리로 변신시키는 마법을 볼 수 있다. '이 마법의 질문을 덧붙이면 사람들의 얼굴에 진지함'과 '나에게 인생이란 어떤 의미인가를 고민하는 얼굴로 바뀌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P.111)'
이 팁은 기억해놓아야 겠다. 입장 바꿔서 외국인이 나에게 '너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어디야?'라고 묻는다면,
내 얼굴에도 진지함과 함께 어디를 추천해줘야 좋을까. 하고 고민할 거 같다.

『모든 요일의 여행』의 맨 마지막에 나오는 망원동 이야기는 두근거림보다 가슴쓰림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한국이 고향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하던 저자, 한국은 고향이 아니니 이곳에서 나는 이방인이야! 라고 말하던 저자는
'망원동에 1년 밖에 안 살았을 때.. 우리의 고향은 망원동이라고(p.261)' 결론을 내린다.
서울에서 제일 개발이 늦은 곳. 그래서 쪽방촌 골목골목마다 장독대가, 냉장고가 나와있던 곳.
하지만 지금은 쪽방촌이 하나 둘 사라졌고, 그곳에 사람들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망원동 시장 앞에 들어오려던 대형 마트를 물리쳤던 망원동 주민들.
망원동 재개발에 반대하여 골목마다 빨간 깃발을 걸어둔 집들.
하지만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은 없는 법'이었다. 그 변화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었다. 이 동네를 더 열심히 여행하는 것. 더 열심히 골목골목을 돌아보고, 더 열심히 그 변화를 기록하는 일... 이 동네의 변화에 민감해지는 일. 망원동 여행자가 되는 일.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뿐일 것이다(p.278)'
여행하는 것. 낯선 곳을 여행하는 것. 익숙한 곳을 여행하는 것.
전자든 후자든 우리는 각자의 삶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멀리 떠나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니까'
나는 내 동네에 대해 얼만큼 알고 있을까.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이 전부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골목골목 구석구석 '내가 내 고향의 가장 충실한 여행자가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의무인 것(p.278)'일 수도..
밑줄 긋게 되는 좋은 문장들이 참 많았다. 화려하지 않은 평범하고 소소한 여행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모든 요일의 여행』 이전에 『모든 요일의 기록』이라는 책도 있다고 한다. 이 책도 읽어보면 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