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 당신과 문장 사이를 여행할 때
최갑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 에세이는 현실에 있으면서도 또다른 일상을 맛볼 수 있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작가가 보고 듣고 느낀 생각들과 감정들이 담겨있다.

고독함, 쓸쓸함, 행복, 기쁨 등 여러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최갑수 작가님의 <잘 지내나요, 내 인생>을 도서관에서 처음 봤었다.

따뜻한 감정이 아닌 고독과 쓸쓸함이 느껴졌고, 그 고독과 쓸쓸함이 부정적인 느낌은 아니였다.

이번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에서도 최갑수 작가만의 고독과 쓸쓸함이 느껴졌는데

뭔가 작가만의 감성인거 같다.

 

 

 

 

 

 

 

                                                                                           '세상이 나를 찾든지 말든지' 中

                                                                        

 

 

 

얼마전 무한도전에 김혜자 할머님(?)이 나왔었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프리카에 가면 서울에서 하던 고민들은 쓰레기였다고 느낀다"고..

아프리카의 때묻지않은 아이들을 보면서 느낀 감정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걱정, 근심, 고민들이 정말 별거 아니였다는 걸 느끼게 되는 때는 '여행할 때=쉴 때'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자기가 사는 세상이 어떤곳인지 알고 싶다면 쉬어보라고' 말한다.

  

'내가 만나는 몇 명의 사람, 내가 좋아하는 몇 가지 물건들과 그것들이 놓인 자리 이것들이 모여 있는 세계가

 쉴 때면 비로소 눈에 들어오고, 이것들이 나를 둘러싼 세상의 진심인 것이다.

 며칠 푹 쉬다 보면 세상에 할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p.39)'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를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건 제목->어떤 책의 구절->작가이야기로 이어지는 구성이 참 좋았다.

 

'나에게서 멀어진 것들과 마주하는 시간'이라는 제목.

'무엇을 바라보려면 고독해야 한다'는 레몽 드파르동의 『방랑』의 한 구절.

그리고 사진과 작가의 이야기가 차례대로 이어진다.

 

 

작가가 지은 제목과 인용한 책의 구절을 읽으면서 그 뒤에 작가의 이야기는 어떤 내용이 이어질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책의 구절을 발견할 때면, 맨 밑에 나와있는 책제목과 작가이름을 적어놓고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인용하는 구절들이 간접적으로 작가가 추천하는 책들인것 같아 관심깊게 보게 됐다.

 

 

 

 

 

 

                                                                                                          '나를 살게 하는 허무의 감각' 中 

                                                                        

 

 

 

중국에서 만리장성과 진시황릉을 봤을 때, 포크레인도 트럭도 시멘트도 없던 그때 "사람의 힘만으로 어떻게 만든걸까?"

그때 그시절 몇 십만명의 사람들이 벽돌과 흙을 이고지고 가는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다.

나중에는 이집트의 피라미드,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나이아가라 폭포, 스위스의 마테호른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사람의 힘으로 만든 것들에도 놀라운데, 자연이 만든 웅장함에는 얼마나 더 놀라게 될까.

 

 

작가는 이과수 폭포와 피라미드를 본 뒤, 실수나 자질구레한 사건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었고, 

그건 아마 '여행에서 경험한 엄청나고 압도적인 공간감이, 마음의 어느 부분을 얼마간 넓혀준 것'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숨이 막힐 만큼 거대한 규모 앞에 서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풍경들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허무해지고 조금은 고독해지고 그만큼 생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p.81)'

 

 

 

 

역시, 소설과는 다르게 더 고요하고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건 에세이인 것 같다.

소설를 읽을 때면 책 속 배경과 등장인물의 상황에 몰입하게 되지만, 여행에세이는 작가가 무얼보고 쓴 글인지 상상하게 되고

나의 상황에 맞는 글이 나오면 공감하게 된다.

 

최갑수 작가님의 책은 밝고 환한 느낌은 아니지만, 회색빛이 느껴지는 고독하면서 담백한 글이 많다.

새벽에 읽어서그런지 정서에 와닿는 부분이 많았고, 한번씩 더 곱씹어보는 문장들이 많았다.  

 

새벽감성을 톡톡 건드리고 싶다면, 고독을 씹어보고 싶다면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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