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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의 존재>, <실내인간> 으로 유명한 작가 겸 가수 이석원.
하지만 나는 그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 들어본 적은 많은데 막상 읽어본 적은 없는.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이다.
보통 산문집은 자유롭게 형식에 얽메이지 않고 쓴 글을 한데 묶은 책인데,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이라고 하니 자신의 경험담일까? 궁금해졌다.
픽션이라고 하기에는 작가가 직접 느끼고 경험한 글처럼 느껴졌고,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사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써나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었다.
'김정희'라는 여자를 만나는 이야기가 노골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정말 그 여자가 존재하는 건지, 공개해도 되는건지ㅋㅋ 오지랖넓게 이런 생각을 했다.
책은 1부, 2부, 3부, 4부로 나뉘어져 있고 1,3,4부는 작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2부만 100억의 상금을 두고 가위바위보 대회를 하는 철수의 이야기가 나온다. 2부만 소설이고 나머지는 작가의 이야기이다.
화자가 작가의 시점인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데 머릿속에 이야기의 배경이 그려질 정도로 생생했다.
자주 간다는 찻집인 <오후의 홍차>의 여주인은 사분사분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는데, 어느날 부턴가 '나'만 가면 얼굴이 굳어졌다고 한다. '나'는 혹시나 자주 여자(사람) 친구들을 데리고 가서 그런가? 라는 생각을 했는데, 도통 이유를 모르겠는거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왜 찻집 여주인의 표정이 굳은걸까? 궁금했는데,
'내'가 "저기, 혹시...."라고 물어보는 순간 핸드폰 진동이 울리고 소개팅했던 그 여자 '김정희'의 문자를 보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왜...
왜..찻집 여주인 표정이 굳었던건데!! 독자 보고 알아서 상상하라는 건가.ㅋㅋ
이야기 사이사이에 이런 색깔의 짧은 글 이 나오는데, 읽으면서 맘에 드는 문장이 많았다.
'결정 되지 않는 삶'
어려서는 별 대가 없이도 넘치도록 주어지던 설렘과 기대 같은 것들이 어른이 되면 좀처럼 가져보기 힘든 이유는
모든 게 결정되어버린 삶을 살기 때문이다...
장차 여행은 몇 나라나 더 가볼 수 있고 몇 권의 책을 더 읽을 수 있으며 내 힘으로 마련할 수 있는 집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지가
점점 계산 가능한 수치로 뚜렷해지는 것이다..(중략..)
나 자신을 가꾸는 일이 소중한 이유는 그 일을 함으로써
나와 내 삶이 아직 결론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믿고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는 게 앞으로 가는 건지는 몰라도, 맞는 길로 가고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느낌. p149
긴긴 이야기보다 이 짧은 글이 나에게 더 힘있게 느껴진 이유는 뭘까, 더 맘에 들었다.
아무래도 <보통의 존재>를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