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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 소녀
박정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5년 8월
평점 :
<목공 소녀>는 아홉편의 단편소설로 엮인 책이며, 각 소설 도입부마다 이름모를 소녀가 나온다.
그런데 이 소녀들의 느낌이 묘하다. 소설의 전개 과정도 아리까리한 느낌이여서 더 묘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한 문단을 읽고나서 이해가 되지않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어보기도 했다.
초능력 소녀/트레일러 소녀/기차가 지나간다/목공 소녀/소요/
파란 평행봉/내 곁에 있어줘/길은 생선 내장처럼 구불거린다/미역이 올라올 때
각 단편소설의 제목이 이 책을 읽고싶게 만들었다. 제일 기억에 남았던 글은 '초능력 소녀'다.
결합쌍생아로 태어난 '화'와 '수'는 엄마의 뱃속에서는 분명 결합쌍생아였다. 그래서 이 둘은 태어나기도 전에 선천성 염색체 이상 및 척추 이분증에 대한 선별검사, 탯줄검사 등 별의 별 검사를 다 받았었다.
하지만 등이 서로 붙어있는 결합쌍생아였던 둘은 17주가 지나서 저절로 등이 분리가 되었다. 그 증거로 '화'와 '수'의 등에는 상처가 있었고, 그 상처를 대보면 퍼즐이 맞는 듯 꼭 맞았다.
태어난 이후로도 둘은 쌍둥이처럼 지냈지만, 어느날 등을 맞대면 서로의 생각이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수가 감기에 걸렸을 때, 등을 붙이면 곧바로 나(화)도 감기에 걸렸고(p.21)' 수가 복통을 호소했을 때에도 등을 붙이자, 화도 장염이 걸려 둘은 같이 장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결합쌍생아라는 특이한 소재로 이야기가 전개되어서인지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특히, 각자의 등에 나 있는 '지그재그 모양의 상처'는 '어떤 날에는 등을 대고 있다가 떼어낼 때면 쩌억,하고 소리가 났고 상처에 진물처럼 물이 흘렀다'고 한다. 이 부분이 영상처럼 눈에 그려졌다. 기괴하기도한데 기괴해서 더 매력적이었다.
<목공 소녀>라는 책을 미테리한 소설이라고 예상했었는데, 그보다는 묘한 소설이라고 하는게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