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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 - 황경신의 한뼘노트
황경신 글, 이인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4월
평점 :
황경신 작가님의 책은 처음 접해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님의 글을 좋아하던데, 나는 왜 인제서야 알게되었을까.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글이었다. 미묘하게 호감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이인 화백의 그림이 나오고 그 그림의 연장선이라도 되는 듯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글도 묘하고 그림도 묘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옛날에 느꼈던 감정들도 생각나고, 여러가지 추억들도 샘솟게 하는, 감성을 톡톡 건드리는 문장들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떨림 그 자체가 아니라 떨림이 지나간 후의 여운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작가는 이 떨림을 물과 돌멩이의 마찰로 표현해낸다.
'마치 작은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들어 물속으로 던졌을 때, 돌멩이가 물의 표면과 부딪치는 순간과 흡사하다고.
돌멩이는 곧 물속으로 가라앉지만 돌멩이가 닿았던 물의 표면에서 작은 물결이 일어나 점점 번져간다.(p.18)'
처음 떨림을 느꼈던 때는 언제인가,라는 생각과 어렸을 때 북한강으로 던졌던 돌멩이와 물결이 이는 파장이 떠올랐다.
작가는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떠올리며 이 책을 썼을까? 궁금해졌다.
그 동안 다양한 책을 읽어왔지만, 책을 읽고 그려지는 배경이나 느끼는 것은 모두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역사책이나 소설책이나. 하지만 이 책은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개개인이 느꼈던 감정, 그때의 경험을 떠올릴거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모두가 떠올리는 생각들이 형형색색 다를거 같다.
'사소한 무심함으로 울다가 사소한 다정함으로 웃는다. 사소하게 기대하다가 사소하게 실망하고 사소하게 위로를 구한다...
사소한 인연이 사소한 기억으로 가까워졌다가 사소한 망각으로 멀어진다...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의 절망이 사소하지가 않다.(p.151)'
'사소하게'가 왠지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사소한, 사소하게라는 말이 반복되서 그런가..
요즘처럼 개인주의가 강해진 사회에서는 '보잘것없이 작고 적다'라는 뜻을 가진 이 말이 친근해지고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관계보다는 사소한 관계. 큰 기대보다는 사소한 기대. 깊은 것들보다는 사소한 것들.
황경신 작가의 글과 이인 화백의 그림이 어우러져서 분위기 있는 책이 만들어졌다. 이인 화백의 그림전시전이 열린다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황경신 작가의 책이 나온다면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