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부모님세대와 내나이 세대가 음악이나 책으로 같은 이야기를 나눌 때,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그땐 그랬어? 저랬어? 요즘은 이래~' 하면서 대화를 나눌수록 엄마아빠세대의 삶이 궁금해졌고, 타임머신이 있다면 타고 날아가보고 싶을정도로. 부모님세대의 그때는 참 낭만적인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그 흔한 전화기도 없고,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는 편지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던, 그 시절은 지금은 느낄수 없는 진짜 아날로그의 감성이 느껴진다. 

 

1960년대의 젊은 남녀의 사랑을 소재로 한 책 《은하》를 읽으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그때 그시절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주인공인 '최인희'는 꽃같은 얼굴을 가졌고 똑똑하고 지혜롭기도 한 여대생이다. 뭇 남성들에게 이름이 알려져 있을 정도로 인희는 유명했다. 그리고 인희의 친구 '김은옥'은 인희와는 대조되는 외모를 가지고 있는 인희의 둘도없는 친구다.

똑부러진 성격의 인희는 미국으로 유학을 간 '송건수'와 편지를 주고 받는 사이였지만, 어느날부터 끊어진 편지에 송건수의 안부를 걱정한다.  

 

그러던 중 송건수의 친구 '강진호'가 서울로 찾아와 송건수가 미국에서 혼전임신으로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인희에게 전하고, 인희는 그 충격으로 본가로 내려가버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버지의 사업이 점점 힘들어지자, 계모의 입바람으로 아버지는 인희에게 나이많은 사업가인 '이성태'에게 시집을 가는게 어떻겠느냐고 묻는다. 이때 이성태는 고등학생딸까지 둔 남자로, 여자를 밝히는 돈 많고 목이 기름진 남자로 나온다. 으.. 이 부분에서는 제발 인희가 시집가지 않기를 바라며 책을 읽었다.

 

하지만 인희는 송건수의 배반과 집안의 붕괴에 팔려가듯이 시집을 가게 되는데, 특히 송건수의 배반이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인희는 자존심이 강해서 약한 부분은 절대 남에게 드러내보이지 않고, 혼자서만 끌끌 앓는다.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짝친구인 은옥에게 조차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숨긴채, 느닷없이 '나 결혼해' 라는 말만 하니까 말이다.

 

인희가 자기자신에게 하는 말중에 이런말이 있다.

'너는 송건수와의 아담하고 비바람없는 생활을 애정을 바라고 왔다. 그러나 그 꿈은 깨어져 버렸다.

애정을 잃은 아픔보다는 너는 자존심에 난 상처를 더 아파하지 않았느냐. 송건수의 배반보다 자존심이 더 강했던 너의 애정의 불순이 더 나을것은 없지 않느냐'... 그렇게 자신을 통렬히 비판하면서도 자기의 감정의 올바른 발로를 굳이 제지하고 있는 인희였던 것이다. (p.111)

 

강진호와 서로 호감을 느끼고 있는데도, 인희는 그 감정을 '애정의 불순'이라고 여기며 자신의 삶을 버린채 이성태와 결혼해버린다. 사춘기의 치기도 아닌데 인희는 자신의 감정보다는 외부의 압력에 의해 자신의 삶이 휘둘려지도록 방관한다. 1960년대가 가부장적인 사회이긴했지만 그래도 여자인 인희에게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결정권이 있었는데..

그래도 마지막엔 해피엔딩이여서 다행이였지만, 중간부분을 읽는내내 인희라는 인물에 대해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