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물의 이력 - 평범한 생활용품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
김상규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8월
평점 :
디자이너의 눈으로
바라본 사물들의 이야기 <사물의 이력>은 대단하고 생소한 물건들이 아닌, 우리가 평소에 가까이 하고 있는 사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옛것에서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고 있는 필름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 백열전구와
LED전구를 비롯하여 오래전부터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여 사용하고 있는 고무 신발,
양은 냄비, 플라스틱 의자
등도 등장한다.
특히 사라지고 있는 필름카메라의 이야기는 오래전 일들을 떠올리게 했다. 6학년 수학여행때
필름카메라로 불국사도 찍고 불상도 찍었던 기억. 요즘의 디지털카메라와는 달리 한번 찍고 나면, 엄지손가락으로 쓱쓱 태엽같은 필름을 돌려야 또
찍을 수 있는 그 촉각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바로바로 찍은 사진을 볼 수 없기때문에 1컷 1컷이 소중했다.
'필름은 기껏해야 36장밖에 담을 수 없으니 무턱대고
촬영할 수 없다... 필름이 주는 불편함이 신중함을 낳은 셈(p37)'이다. 그래서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
한장은 진정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대로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이미지는 엄청난 수량의 사진을 가지고 있더라도 진정한
의미의 이미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필름으로 만들어낸 이미지와 정반대로 편리함이 신중함을 잃게 만든 것이다.(p39)'
디지털카메라를 쓰다보니 솔직히 몇십장을 찍어놓고도
지우는 사진이 더 많은 것 같다. 수 십장중에 맘에 드는 사진 한장 못건질때도 많다. 이건 필름카메라를 쓸때의 신중함이 디지털카메라에서는
소용없기때문이 아닐까.
계속해서 발전하는 사회속에서 옛것의 추억이 그리울때가
있다. 교통카드라는 물건이 보급된 후로는 지하철에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표를 사고파는 일도, 버스에서 거스름돈을 챙기는 일도 사라져가고 있다. 편리하게만 느껴졌던 일들이 <사물의 이력>을
읽고나서는 마치 차갑고 딱딱하게 기계화된 세상에서 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때만 해도 이어폰을
꼽고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고, 버스를 탈때도 삑- 소리만 나면 끝이니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절차가 축약되면서 지불 감각도
둔해진 것 같다... 현금이라면 지출 여부를 한번 더 생각하지만 카드를 쓸 때는 쉽게 결정을 내리게 된다.(p147)' 더군다나 요즘은
신용카드에 후불교통카드기능이 탑재되어 있기때문에, 얼마를 쓰는지 감이 안 잡힐때가 많다. 간간이 신용카드 명세서를 중간점검할 때가 있는데, 이게
내가 다 쓴게 맞나 싶을때도 있다..
세상이 편리함을 추구하려고 활발하게 발전하는 것도
좋지만, 조금은 천천히 발전했으면 싶다. 스마트폰도 한두달 간격으로 신제품이 나와서, 점점 일회성이 되어가고 있는 세상. 새로운 기술들이 자리잡히기도 전에 또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고 그
자리를 채운다. 따라갈 수 없는 세상이 되지 않게 조금은 천천히 가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