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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떠난 자리 숨꽃 피우다 ㅣ 작가와비평 시선
조성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7월
평점 :
숨꽃이라는 제목에 끌렸던 시집이었다. 오랜만에 잔잔한 시집을 읽고 싶기도 했고. 매번 느끼는 거지만 긴 문장보다 짧고 강렬하게 느껴지는
시(詩)가 어렵게 느껴진다. <빛이 떠난 자리 숨꽃 피우다>를 읽어보았을 때는 다행히도 문장 하나하나에 배경이 담겨있고 뜻이
담겨있는걸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시집에서 주로 꽃과 자연, 사계절이 자주 등장한다. 꽃향기, 꽃잎, 꽃바람..봄,여름,가을,겨울.. 같은
단어가 반복되면서 나와서, 간혹 헷갈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골짜기 웅덩이에 응달이 얼어붙어
냉골을 붙들고서 봄 길을 막아서네
겨울밤 애달파 하며 눈이 녹듯 떠나네
날개 짓 동면하다 실눈을 껌벅거려
여린 몸 비틀면서 한세상 추스르고
실눈썹 꼼지락대니 하품꼬리 터지네
'눈 이불 녹여 잎눈 뜨다 中'
이 시에서는 겨우내 꽁꽁 얼었던 자연이 봄이 오면서 녹아내리고, 갓 태어난 새끼새가 기지개를 켜는 장면이 상상되었다.
시를 읽으면서 한 구절 한 구절 그 내용안에 장면을 상상해보면서 읽는 방법도, 시에 가까이 다가가기에 좋은 방법인것 같다.
누구나 다들
뭔가를 아프게 품고 살잖아요
가고 오고 떠나고 돌아오고
한줌의 재가 되려 쌈박질하며 고개 쳐들고
천년만년 살듯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그렇게 오늘을 살아내나 봅니다,그려
내일은 몰라요
오늘을 끝장낼 듯이
심장의 피를 빡빡하게 밀어붙이어
혀끝을 싹둑 잘라내는 여기가
인간시장 아닌 감유 '인연2 中'
말끝에 '~유'로 끝나는 사투리형식의 시. 빡빡하게 돌아가는 인간세상, '쌈박질하며 고개 쳐들고' 꿋꿋이 살아가야 하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어깨도 으스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내일은 몰라요 오늘을 끝장낼 듯이' 뭔가 각박한 현실이 느껴져서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을 쓴 시인은 꽃으로는 아련한 시를 쓰기도 하고, 때론 인간사를 꼬집는 시를 쓰기도 했다. 아련하고 슬픈 시와 빡빡한 세상살이를 담은
시가 번갈아 가듯 나오니 지루하지않았고, 오히려 현실을 고발하는 듯한 시가 더 유쾌하고 통쾌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