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온 여인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박경리 작가의 <가을에 온 여인>은 12번의 소제목을 거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첫번째, '푸른 저택'.

신성표는 성악을 전공한 음대생이다. 그는 다리가 불편한 찬이 라는 아이의 가정교사로 일하게 되는데, 그 집이 바로 '푸른 저택'이다.

으리으리한 그 집에는 사업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강사장과 그의 아내 오부인, 시종 영희가 살고 있다.

성표도 그 집에 기거하면서 찬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게 되는데, 푸른 저택안에서의 평범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세번째에 '심야의 발소리'가 바로 그 의문을 가지게되는 사건 중 하나이다.

밤마다 들려오는 발소리는 성표를 궁금하다 못해 무섭게 하기까지 했다. 나 또한 과연 누구의 발소리인지 궁금해하며 책속에 점점 빨려들어갔다.

 

밤 두시였다...

'오늘밤에도 또?'

야릇한 기대와 불안이 그의 발소리를 죽였다. 성표는 화장실의 문을 밀고 들어섰다...

아니나 다를까, 조심조심하며 슬리퍼를 끄는 소리가 왼편 복도 쪽에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해괴한 일이다. 알 수 없어.'

오륙 일 전부터 이 시간에 그 이상한 발소리가 어김없이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영희의 방쪽에서 끊기는 그 발소리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여섯번째 '피서지'에서 강사장은 오부인이 성표를 사랑한다는 것을 으레짐작하게 되고, 일부러 그들을 시험해본다.

강사장과 오부인은 부부사이지만, 책을 읽어보면 그들이 부부일까?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서로에게 필요하지만 해가 될 수도 있는 '필요악의 관계'같은 느낌이 든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오부인은 차가우면서 속을 알 수 없는 여자로 묘사된다.

그런 여자가 성표에게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다가도 다시 차가워진다.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여자다.

성표는 처음엔 오부인(오세정)에게 관심을 가졌었는데. 그것이 감정인지 본능인지 혼란스러워 하던차에, 찬이의 친엄마인 나의화의 등장으로 성표의 마음은 의화에게 향한다. 그리고 그 마음을 알게 된 오부인은 오세정답지 않은 질투를 한다.

 

책속에 등장인물들은 누구하나 자신의 마음을 확 터놓는 이가 없다. 마음속으로 또는 독백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낼 뿐이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속마음은 응어리져서 풀리지 않은채 이야기는 계속 흘러간다.

마지막 열두번째 '어떤 종말'에서 씁쓸하게 끝나는 오부인의 말로는 그녀다운 끝맺음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

박경리 작가의 책이라 기대가 컸다. <가을에 온 여인>을 읽으면서 이게 바로 박경리 작가만의 문체구나 싶었다.

부모님세대인 1960년대 쓰여진 이 책을 읽으면서 글로 시공간을 뛰어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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