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 Movie Tie-in 펭귄클래식 139
솔로몬 노섭 지음, 유수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이 TV프로그램의 방송을 한번쯤 본 적이 있을거다. 세간을 놀라게 했던 「긴급출동 SOS 24」. 2005부터 2011년까지 약 5년동안 폭력적인 현장을 덮치고 파헤치는 일종의 고발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누렸었다. 당시 여러 사건들중에 제일 경악을 금치 못했던 사건이 있었다.

바로 「현대판 노예 할아버지 사건」 이다 .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노예 할아버지'는 곰팡이와 오물로 찌든 방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옷은 언제 갈아입었는지 너덜너덜했고, 속옷은 낡고 삭아서 입었다기 보다는, 걸쳤다는 표현이 맞았다. 그야말로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할아버지를 부려먹고 일을 시키는 주인이란 남자는 할아버지가 일을 굼뜨게 하면 때리고 욕을 남발했다...

 

<노예 12년>을 읽으면서 「현대판 노예 할아버지 사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는 한, 당하는 사람의 심정을 백프로 이해할 수는 없다고 해도.. 정말 끔찍하리만치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이 책은 말하자면 자전적 소설이다. 저자 솔로몬 노섭이 자신이 노예로 생활했던 12년을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1,2년도 아니고 12년. 그 긴 시간을 책 한 권에 모두 담아낼 수 있었을까? 나라면 지독하고 고통스러웠을 노예생활을 다시 떠올리기도 힘들었을텐데.. 솔로몬 노섭은 부당하고 억울했던 노예생활을 낱낱이 글로 밝혔다.

 

1841년 당시, 솔로몬 노섭은 뉴욕의 자유시민 이었다. 한 아내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였다.

자유시민이자 평범한 가장이었던 그가 어떻게 노예가 되었단 말인가. 노섭은 노예 상인에게 납치를 당해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말이 반항으로 무시된 채 노예로 전락했다. 그리고 뉴욕으로부터 멀리 있는 곳으로 팔려가게 된다.

당연히 처음에는 '자신은 자유시민이고, 노예가 아니라고. 사라토가의 농장을 소유하고 있고 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고 들어주지도 않았다. 돌아오는 건 채찍질과 발길질 뿐이었다.

 

만약 내가 자유인이라는 소리를 조그맣게 속삭이기라도 하는 날에는 도둑의 장물처럼 나를 저 멀리 한갓진 곳으로 데려가서 텍사스 국경 너머로 팔아버릴 수도 있었다. p77

 

솔로몬 노섭의 첫번째 주인은 윌리엄 포드라는 백인이었다. 포드는 독실한 기독교 목사로 노예들에게 항상 인간적으로 대해 주었다. 노예를 인간적으로 대해주었다는 말이 약간은 모순되었다고 생각한다.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건 사람 대 사람간의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노예와 주인과의 관계는 인간적이라고는 할 수는 없다.

첫번째 주인 포드가 노섭에게는 채찍질을 하지 않은 처음이자 마지막 주인이었고, 포드의 재정 악화로 노섭은 다른 곳으로 팔려가게 된다.

 

존 M. 티비츠 라는 아주 악랄하고 포악한 주인 밑에서 노섭은 다시 노예생활을 했다. 노섭은 오로지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탈출은 쉽지 않았다. 한번 탈출하게 되면 사냥개들에게 쫓기기 일수 였고 다시 잡히게 되면 그날은 등가죽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채찍을 맞아야 했다. 그래서 농장에서 그 누구도 탈출을 쉽게 생각하지 못했다.

 

바이유 뵈프에서 도망친 노예들을 추적하는 개는 블러드 하운드종인데 북부에도 더 사나운 사냥개들이 있었다. 마치 흔히 보는 불도그가 네발 짐승을 물면 놓치 않듯 이 개들도 주인의 명령에 따라 흑인에게 달려들어 물고 늘어졌다....

나는 바이유 뵈프에서 탈출에 성공했다는 노예를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p.117

 

그리고 노섭은 마지막으로 에드윈 엡스에게 한번 더 팔려가게 된다. 그리고 그 농장에서 10여년을 노예로 생활했다.

정말 끔찍하다. 10년이라니... 강산이 수십번도 더 바뀌었을 나날을 노섭은 벼텨냈다.

희망의 빛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던 노섭의 어두컴컴한 인생에 그를 구해줄 사람이 드디어 12년만에 나타났다. 기발하고 독창적인 성격으로 논쟁으로 좋아하는 '배스'라는 남자가 노섭의 노예 인생의 종점을 찍어준 인물이다.

그는 소수 편을 옹호하는 걸 당연시하게 여겼고, 노예 제도에 있어서도 백인과 흑인의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노예 제도의 폐지를 주장했다. 후에 노섭의 사정을 듣게 된 배스는 그의 말을 전적으로 믿었고, 노섭을 구해주려고 동분서주한다.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12년간 고통받았던 노섭.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하고 괴로웠을까. 내가 노섭이었다면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지.. 상상되지가 않는다. 

1850년대 당시 노예 제도에 대한 무수한 소설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거기서도 솔로몬 노섭의 책은 단연 1순위로 손꼽혔다고 한다. 상상도 아닌 허구도 아닌 진실을 담아냈기에 모두의 주목을 받을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