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이 뭐예요? - Who am I?
김세준 지음, 김미진 그림 / 매직하우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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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로 이루어진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 <내 이름이 뭐예요?>

책속의 배경은 자연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동식물들이다. 주인공인 씨앗은 자신이 어떤 꽃이 될지 궁금함과 설렘을 안고 성장해간다. 그 모습은 흡사 우리사람들의 성장과정과 같아보였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까지 견뎌야 할 인내와 시간, 그리고 한 단계씩 성숙해져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담아내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내 입장에서, 내가 씨앗이 되어서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처음에 씨앗은 본인이 어떤 꽃의 씨앗인지 몰라서, 다른 꽃들에게 '나와 같은 씨앗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묻고 다닌다. 모두 처음보는 씨앗이라고 답했고, 씨앗은 자신이 화려한 꽃이 아닌 잡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좌절하고 절망한다.

'절망감이 밀려왔습니다. 잡초로 살아가느니 차라리 지금 새한테 먹히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자포자기의 심정이 든 것입니다. 이런 자신이 너무 미웠습니다. 이런 상황이 실망스러웠습니다. (p.12)'

 

혹여, 내가 상상했던 이상적인 어른이 되지 못할까. 내가 화려한 꽃이 아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풀때기로 성장하지는 않을까.

앞으로 5년, 10년 후를 걱정하고 방황하는 10대, 사회속에 첫발을 디딘 20대의 모습이 씨앗의 절망감과 동일하게 비춰졌다.

  

씨앗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위해, 나비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고 사람들이 사는 세상속을 경험하게 된다. 처음에는 사람들을 동경하고 화려한 도시에 매혹되었지만, 그것들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일 뿐이었다.

 

 

 

바쁘게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씨앗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리 바쁘게 사느냐?"고 신사에게 묻는다.

"무엇을 위해? 그런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이 도대체 왜 필요하지? 바쁘면 바쁜거고, 나는 바빠서 잘 먹고, 잘 살고 있고. 그러면 됐지. 바빠야 성공하고,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바빠야 하는 것이지. 무엇을 위해 바쁘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질문이구나. 그래도 답을 해야 한다면 해주지. 그냥 바쁘기 위해 바빠. 나는 바빠서 이만..."(p.29)

 

한국인이 제일 많이 말하는 말이 "바쁘다.바빠"라고 한다. 특히나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더욱이 "바쁘다"를 입에 단 채, 살고있지 않을까? 씨앗이 사람에게 무엇을 위해 그리 바쁘게 사느냐고 물었을때, 그 사람이 한 말속에는 바쁘다는 말이 징그럽게도 빼곡하다. 잘 먹고, 잘 살고, 성공하기위해 바쁜 것. 바빠야만 부던히 잘 사는것처럼 느끼면서, 목적없이 사는 삶..

혹시 나도 저렇게 살고있는건 아닌지 뜨끔해서 뒤돌아보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씨앗은 성숙해져가는 과정을 거친다. 일주일을 울기위해 17년동안 땅속에서 긴 기다림을 견뎌낸 '매미의 기다림'과 단 하루를 살기위해 3년간 유충으로 살아온 '하루살이의 가르침'은 우리가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담고 있다. 

특히 하루살이가 말하는 '하루의 소중함'은 하루24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사람들에게 깊은 교훈을 주고 있다.

 

"나에게 하루는 평생이지만, 너와 같이 하루 이상을 살게 된다면, 때로는 그 하루가 지겹게 느껴질 때가 있지. 그러나 잊지마. 하루는 씨앗이야. 매일 새롭게 피어날 수 있는 씨앗. 씨앗이 매일 주어지니 얼마나 행운이니(p.66)"

 
 

 

마지막으로 함께 여행하던 청띠제비나비는 죽기전 씨앗에게 가장 중요한 깨달음 두가지를 말하고 떠난다.

청띠제비는 수명이 한달뿐인 호랑나비들 사이에서 태어나서, 자신도 당연히 호랑나비일거라 생각하고 살다가 뒤늦게 청띠제비란 걸 알게되었다. 그래서 청띠제비가 깨달은 것은 '삶은 나자신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삶을 살아가느냐'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것이었다. 즉 '삶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깨달음 하나. 계속해서 호랑나비라고 스스로를 생각하고, 호랑나비의 삶에 맞추어 살았다면 호랑나비들과 같이 한 달도 안되어서 죽었을 거라는 것.

 

깨달음 둘. 호랑나비들 중 한 마리가 아주 오래 사는 청띠제비나비들 사이에서 태어나서 스스로를 청띠제비라고 생각하고 살았다면, 주어진 수명의 한계를 훨씬 더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 (p.128)'

 

 

 

 

씨앗이 어떤 꽃으로 피어나게 될건지도 궁금하고, 삶의 교훈을 주는 이야기들이 동화처럼 재밌으면서 딱딱하지않아서 끝페이지까지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화려한 꽃이든 잡초든 풀때기든지 모두 이 세상에 필요한 것들이라고 깨달은 씨앗은 자신이 무엇이 되든지 이제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중요한건 내 삶을 남에게 휘둘리지않으며 내가 딱! 중심을 잡고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1시간, 2시간, 24시간을 보내는데 있어서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 

알고있었지만 놓치고 있었던 교훈들을 다시 배우며. 앞으로도 이렇게 글과 그림이 있고 뜻깊은 교훈이 있는 책을 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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