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타임 사계절 1318 문고 88
마고 래너건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마고 래너건의 판타지 단편집 <화이트 타임>은 이제껏 읽어보았던 SF소설과는 차원이 다른 낯설고 이질적인 분위기의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작가의 SF소설을 읽었을 땐, 그래도 사람이 나오고 미래의 발전된 문명을 상상해볼 수 있는데, 화이트 타임은 상상하기 어려운 고차원적인 SF소설이다. 책 표지에는 총 10편의 단편이야기가 맛보기 그림으로 그려져있다.

 

첫번째 이야기 '화이트 타임'은 '작업 맛보기'라는 일종의 직업체험을 하는 학생들이 나온다. 주인공인 여학생 셔닐은 '작업 맛보기'로 화이트 타임을 체험하게 된다. 작업복을 입고 산소통을 메고 현장 담당자 론과 함께 적응실로 간 셔닐. '그곳은 벽에 기계가 가득한 잿빛 원통 모양의 방으로, 양쪽 끝은 유리로 막혀있었다.p.19'

그리고 살아있지도 죽어있지도 않은 '개체'라는 것에 흡착판을 붙여 다른곳으로 이동시킨다. 그게 바로 '화이트 타임'이라고 한다. 아마도 시공간을 이동시키는 일을 말하는 것 같다. 

 

우주같은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어둠속에서 둥둥 떠다니며 보이는 개체들을 처리하는 일.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겨났는지, 그리고 개체들은 어디로 돌려보내지는지가 궁금했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나와있지 않고, 셔닐과 론 중심의 이야기만 전개되어서 아쉬웠다.

 

네번째 이야기 '여왕의 관심'은 후각을 자극하는 이야기이다. 책을 읽는데 어떻게 후각을 자극할 수 있느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속에서 숨결, 향기, 흙냄새, 여왕의 호의의 냄새 등 후각에 대한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여왕의 관심을 받는 자는 디볼이라는 용맹한 전사다. '디볼한테서는 정말로 강렬하고도 깨끗한 냄새가, 깊은 땅속의 흙냄새와 여왕의 호의의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p122' 

그래서 그 누구도 디볼에게 감히 덤빌 수도 없었을 뿐더러, 오히려 고개를 숙이고 자세를 낮추어야했다.

 

일곱번째 이야기 '소원이 없는 소년'은 테스라는 여자아이가 한 소년을 보며 느끼는 의구심을 다룬다.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서 태공실은 귀신을 보는데, 테스는 사람에게서 뿜어지는 걱정거리와 생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 능력으로 돈을 벌어 아픈 아버지의 요양비를 대는 효녀이기도 하다. 테스는 유독 키노이라는 소년에게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키노이는 걱정도 생각도 아무것도 없이 맑고 깨끗하다.

'간혹 자기 문제를 숨길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키노이도 어딘가에 숨기고 있는 건가 싶어 찾고 또 찾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었다.p.206'

키노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사람일까? 귀신일까? 정답은 이야기 끝에 나온다.

 

 

<화이트 타임>의 10편의 단편 모두 흥미로운 내용이었고,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상상하기 바빴다. 만약 영화로 나온다면 굉장히 요괴스러울것 같다. 

작가 마고 래너건은 <블랙 주스>로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 책은 어떤 상상력으로 썼는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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