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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크리에이터에게 묻다 - 좀 재미있게 살 수 없을까?
고성연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평점 :
좀 재미있게 살 수 없을까?
우리는 매일매일 머릿속에 다른 생각들로 하루를 보낸다. 그 중에는 30초짜리도, 30분짜리도, 1시간짜리도 생각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인 생각들이 기발한 아이디어가 되고 1년, 10년의 귀한 가치가 있는 현재진행형 아이디어가 된다.
영국의 크리에이터들은 매순간마다의 생각들로 새로운 아이디어로 확장시키고 그 아이디어로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그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작품,상품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이런 기발한 제품을 만들었을까? 그런데 아마 우리도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기발한 생각을 했던 순간이 있지않을까? 다만, 보통의 생각이 아이디어가 되고 상품이 되는데 차이점은 그 순간의 생각을 놓치지 않는 부지런함? 감각?이지 않을까 싶다.
영국의 크리에이터들이 모여있는 이 책속에서 그들의 생각과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영국의 패션 브랜드 '폴 스미스'! 자신의 이름 걸고 일하는 그는 현재 전 세계 70여개국에 글로벌 기업을 두고 있고, '가장 영국적인 감성'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터이다. 그의 샘솟는 아이디어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 방에 있는 모든 잡동사니도 누군가가 디자인한 것이잖아요. 이것들이 대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언제나 궁금하고, 그런 생각에 몰입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어쩔 땐 천 조각 하나도 저에게는 창조의 영감이 됩니다." (p.28)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사물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가지치면서 뻗어나가는 반짝이는 전구같은 아이디어!
그게 폴 스미스의 아이디어의 원천인 것 같다. 그의 브랜드 제품들을 보면 여자인데도 남성지갑에 눈이 갈 때가 있다. 하나쯤은 갖고싶네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2014년에는 어떤 컬렉션으로 찾아올지 기대가 된다.
그 다음으로는 접이식 자전거로 유명한 마크샌더스!가 눈에 띈다. 그는 최근에는 체인없는 전기자전거 '만도 풋루스'의 디자인까지 이끌어냈다. 실용적이고 감각적이기까지 한 그의 접이식 자전거는 볼 때마다 다음 자전거는 너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마크 샌더스는 잉글랜드 남부 도싯 지방의 고요한 바닷가를 끼고 있는 한적한 마을 풀에 자리를 잡고 MAS 디자인 프로덕트라는 스튜디오를 혼자 꾸려나가고 있다. (p.226)
꽤 큰 회사를 차리고 여러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1인 기업이라니! 그가 멋져보인다. 왜 큰 회사를 차리지 않고 혼자서 일하는 걸까? 그는 "규모를 추구할 수도 있었지만, 조직에 휘둘리지 않고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설계부터 부품을 다루는 일, 디자인까지 전부 다 아우르며 기계와 씨름하는 소소한 재미와 도전을 진심으로 즐긴다"(p.226)고.. 마크샌더스의 이야기를 들으니, 나의 3번째 롤모델로 추가하고 싶어졌다. 혼자서 하는 일을 힘들어하지않고 즐기는 그 정신을 본받고 싶다. 그리고 하고 싶은일을 하며, 내 일을 내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짓는 그처럼 살고 싶다.
'탈 것' 디자인이 제일 좋다는 그의 지향점은 '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제품을 빚어내는 것'이다. 그는 "대중의 다양한 수요에 맞춘, 아니 보다 폭넓은 층을 끌어들일수 있는, 더 나은 자전거를 계속 만들고 싶다."(p.233)고 한다.
내년에는 살까말까하던 마크샌더스의 자전거. 꼭 사야겠다. 자전거를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자전거에 얼만큼의 애정이 담겼으며, 디자인뿐만 아니라 실용성에도 대단히 공을 들였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영국의 크리에이터들은 일상속에서 아이디어를 찾으려 끊임없이 생각을 했고, 노력을 했고, 일을 즐기려 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그들이 하고 있는 일들은 진짜 '하고 싶은 일'이었다는 거다. 나도 대단히 열정적이고, 한 분야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노력을 해야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