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앨리스 먼로..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있지않은 작가지만 나는 이미 이 작가의 책을 읽은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다.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는데, 읽을 당시 꽤 괜찮다고 느끼며 읽었었다. 외국소설이라 그런지 외국정서를 느끼게 하는 내용들이 흥미로웠다. <행복한 그림자의 춤> 역시 앨리스 먼로만의 느낌이 있지만,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을 읽었던 나로써는 이 책은 조금은 약한 느낌이 들더라. 우울잔잔하다고 해야할까? 강한 임팩트가 없이 물 흐르듯 15편의 단편소설들이 엮여져 있다.

 

사람의 외향에 대한 묘사나 심리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묘사, 그리고 장소(배경)의 색, 형태, 구조 등과 같은 묘사들은  그 장소에  내가 제3인칭 시점으로 존재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만큼  책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는 것 같다. 툭 튀는 내용 없이 심심하게 흘러가면서도  이런 특유의 느낌이 아마 앨리스 먼로만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낮부터 날이 개고 구름이 걷히면서 하늘이 길쭉하고 가느다란 세모꼴로 드러났다. 파랗지만 아직 차가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쨍 금이 갈 것 같은 겨울빛 하늘이었다. 도로변 집들 너머에 있는 솔숲은  제아무리 강한 바람에도 꿈쩍하지 않을 것처럼 안정감 있게 떡 버티고 있었다. (중략)

이렇게 살아남은 집들은 굴뚝에서 짙은 연기를 뿜어내고, 단장을 새로 하지 안고 그때그때 땜질한 벽은 서로 다른 세월의 흔적을 드러내며 거무스름하게 퇴색되고, 투박한 가축우리들과 장작가리와 두엄 더미와 그것들을 둘러친 잿빛 널담들은 암울하게 고립된 채 미개함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휘황찬란한 집 중, 98쪽-

 

파랗지만 아직 차가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쨍 금이 갈 것 같은 겨울빛 하늘. 그런 하늘을 내가 본 적이 있던가 생각해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일까, 아니면 파란 하늘에 태양이 빛을 뾰족하게 내뿜는 하늘일까.

 

앨리스 먼로의 소설을 읽다보면  그 사람을, 그 장소를  머릿속에 그려보게 된다. 그런 부분이 이 책을 읽는데 작은 재미로 느껴질 수도 있을거다. 왜 작은 재미라 했냐면, 단편 소설 15편이 기쁨, 행복이 아닌 우울, 단념, 그림자 같은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외국작가라 그런지, 외국정서의 단어(성모송, 오렌지회 주디 카노바, 레이디보디스, 탬, 페전트블라우스, 포크보닛 등)가 소설에서 세네개씩 나오는데  주석으로 표시되어있고, 맨 뒷부분에 용어풀이가 되어있지만. 흐름을 끊기게 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읽을만 하면 단어에 주석이 달려있어서 뒷장으로 찾아가 단어뜻을 읽게되고, 그러다보니 다시 앞문장을 한번 더 읽게 되고 책 집중에 방해가 되었다.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

앨리스 먼로의 마지막작품 <디어 라이프>라는 책은 또 어떤 작은 재미가 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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