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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라이프 - 힘겨운 일상 속 행복 한 스푼
반디울 글.그림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9월
평점 :
힘겨운 일상 속 행복 한 스푼 <정글 라이프>


책 표지에 우산을 타고 훨훨 날아가는 개구리가 이 책의 캐릭터인 줄 알았다. 실제로 책속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캐릭터는 빨간 목도리를 두른 귀여운 두더지(?)캐릭터이다.
이 책의 에피소드들은 내게 꿀처럼 달콤했다. 위로나 공감의 이야기, 나를 돌아보는 이야기들은 피로에 찌든 내게 향긋한 허브 한 스푼이었고, 부드러운 크림 한 스푼이 되어주었다. 긴 글들로 꽉찬 책들을 읽다가 한 템포 쉬어가듯이 그림과 글이 곁들여진 책을 읽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여유로워지는 걸 느꼈다.
'감자녀의 고충(p.63)'에선 울퉁불퉁한 감자얼굴을 가진 감자녀가 수술대에 올라 얼굴을 깎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감자녀는 자신의 얼굴에 만족하지 못하고 깎고, 또 깎다가 결국 얼굴이 남아나지 않게 된다. 자신의 얼굴에 만족하지못하고,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자꾸자꾸만 얼굴에 칼을 대는 여자들을 풍자하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고등학교 3학년때 한창 수능끝나고 친구들이 하나 둘씩 쌍커풀을 하고, 양악수술하고 코를 세웠던 일이 떠올랐다. 수술이 잘 되어 이뻐진 친구들도 있었지만, 간혹 Before가 더 이뻤던 안타까운 친구들도 있었다. 나도 혹해서 얼굴에 손을 댈 뻔했지만, 지금은 섣부르게 손대지 않길 잘했다고 백번천번 생각하곤 한다.
'걱정 인형'을 선물 받은 적이 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왜 행복 인형은 없는걸까?"
걱정거리를 야금야금 먹어주는 걱정인형은 있는데, 행복한 일들을 배로 부풀려주는 행복인형은 왜 없는걸까 하고.
'내가 키운 것(p79)' 에서는 걱정과 근심거리를 키워 고민이라는 흉물스러운 괴물이 되어 결국 '나'에게 되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있다. 걱정과 고민은 되도록 짧게, 행복한 일들은 길고 소중하게! 글을 읽고 다시 한번 마음속에 되새기게 되었다.
늘 곁에 있는 가족. 그리고 가족 중에서도 특별한 사람은 엄마.(물론 아빠도 소중하지만..^^)
울거나, 놀랄 때 우린 '엄마야'를 외친다. 대부분 '아빠야'라고 외치진 않는다. '엄마'라는 존재를 떠올려보면 그냥 웃음이 나고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미안함도 느낀다.

'엄마손(p.168)' 에서는 어린시절 포근한 손으로 토닥토닥 잠을 재워두던 엄마의 두손을, 어른이 된 '내가' 그리워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이제는 작고 파리해진 엄마의 손. 나는 이 손에 넘치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린 적 있는지...'(p.171)
엄마의 손이 파리해지기 전에, 거칠어지기 전에 자주 잡아드리고, 지금의 사랑하는 마음도 항상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있으니까, 엄마뿐만 아니라 내 옆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전화 한통, 문자 한통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정글같은 얽히고 섥히고 빽빽한 밀림 지역이고, 먹고 먹히는 생존본능의 세계이다.
<정글 라이프>는 각박한 세상속에서 우리가 잊어버리고, 놓치고, 지나쳐버렸던 것들을 다시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인 것 같다.
읽으면서 재밌어서 한번에 쭉-읽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