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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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 모리사와 아키오

 

사별한 아내가 띄운 마지막 편지, 그 유서가 보관된 아내의 고향 우체국으로 향하는 남편의 여행.

 

 

 

전작 <무지개곶의 찻집>으로 알게 된 일본 작가 모시라와 아키오.

그가 쓴 책을 더 읽고 싶어져서 '모리사와 아키오'를 검색했으나, 아직 한국에 번역된 책이 두권 뿐이어서 아쉬워했었는데..

그의 신작 소설을 보게 되어 어찌나 기쁘던지^.^ 

도서관에 가면 <바다를 품은 유리구슬>을 찾아봐야지-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너무나 기쁜 연락이 와서 

갓 나온 따끈한 신간 도서 <당신에게>를 받아 볼 수 있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이 책, 안 읽었으면 어쩔 뻔 했어~' 싶을 정도로 후회와 아쉬움이 없는 고마운 책이었다.

또 한번의 힐링기운을 받았다. 

 

9개의 차례로 이어진 <당신에게>, 특히 제 8장 제목과 같은 '당신에게'에는 부인의 편지가 담겨져 있다.

읽다가 울컥했는데,, 그만큼 책 속에 푹-빠져들었나보다.




-차례-

 

제 1장 각각의 여름밤

제 2장 받을 수 없는 편지

제 3장 양떼구름의 한숨

제 4장 거짓말의 열매 

제 5장 편지지에 피는 꽃

제 6장 다정한 바다

제 7장 바람 바람 불지마

제 8장 당신에게 

제 9장 공기 같은 말 

 

 

 

 

교도소 목공교사,63세 구라시마 에지는 부인 요코가 남긴 유언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 

구라시마는 일평생 모험이란 모르고 살아왔고, 게다가 교도소에서 일하며 직원관사에서 사는, 울타리가 쳐진 삶 속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지금 이 순간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아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쩐지 불안하기도 하다. 결국 하고자 하는 일에 내가 자신이 없는 것이다.

 옛날부터 그랬다. '모험'을 싫어하고 앞을  쉽게 내다볼 수 있는 길만 선택하며 살아왔다. 늘 위험을 두려워하고, 아니, 두려움을 느끼기도 전에 

 위험이 뿜는 온갖 냄새로부터 냉큼 떨어지려 애썼다. 게다가 그런 인생이 괜찮은지 아닌지를 생각하는 것조차 포기하고. /106쪽

 

 

 

 

그래서인지 부인의 유언으로 출발한 이 여행은 그에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단조로운 일상에 '모험'이었다. 

 

요코는 '자신의 유서'를 적은 첫번째 편지는 남편에게 바로 전달했고, 두번째 편지는 그녀의 고향인 우스카마을에 우체국에 남겨둔다. 

12일 내로 찾아야하는 유치우편1이기 때문에, 구라시마는 요코와 함께 떠나려고 만든 '캠핑카'를 타고 우스카로 향한다.

 

그는 요코를 생각하며 만든 캠핑카에 그녀의 유골과 풍경을 달고 출발한다.

요코와 함께 떠나는 여행.. 

 

 

 

이 여행은 축복인 것 같다...(..)

유리창을 여니 바깥 공기가 차 안으로 우르르 밀려들어 온다. 비가 그치고 공기에 숲 향기가 가득하여 나는 무심코 심호흡을 했다.

딸랑. 이따금 생각나는 듯 요코의 풍경이 운다. /119쪽

 

 

 

 

 

우스카로의 여정속에서 말수가 없고, 진지한 표정만 가지고 있었던 그는 웃기도하고 농담도 하는 사람이 되기도한다.

아마도 요코가 바랬던 모습이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떠난 후에 당신의 더 밝은 모습을 원해. 그리고 당신의 새로운 미래를 지켜보고 있을게."라고 말할 것 같다.

 

 

처음에는 요코와 함께하는 여행이었으나, 시간이 흘러갈수록, 여러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수록 이 여행은 요코가 마지막으로 남긴 

'구라시마를 위한 여행'인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하면서 구라시마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간의 엮인 관계를 하나,둘 알아가는 대목이 참 재미났다. 그중 깜짝 놀랄 반전이 숨어있어서 흥미진진했다ㅎ

나이차이에 상관없이 삼십대와 육십대가 친구가 되는 모습들은 흐뭇한 미소를 짓게한다.

 

 

 

책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다네다 산토카의 시(詩)'도 <당신에게>를 읽는데 한 몫했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자유롭게 느끼는 시.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시. 한번쯤 산토카의 시집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혼자가 되면 우러를 수 있네, 푸른 하늘을>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 등을 두드릴 손이 없다.>

<그것도 좋겠지, 풀은 피었다.>

 

 

 

 

우스카로의 여행이 아니었더라면, 구라시마는 요코를 떠나보내지 못했을 것 같다. 아마, 요코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으리라.

친척도 친구도 없는 남편이 자신이 떠난 후 놓이게 될 삶을..관사에서 쓸쓸히 보내게될 남은 여생을..




 

 

 

 

 

 신기할 만큼 우연한 만남은 멋진 일이 생길 징조라고 해. 그게 세번 이어지면 놀랄만한 기적이 일어난대. /292쪽 

 

 

 

여행을 끝낸 구라시마는 요코가 자주 입에 담았던 대사를 떠올리며, 단순한 우연이 아닌것같은 두번의 만남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남은 한번의 만남을 기다리며 기적같은 것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읽고 내가 생각하는 기적은 이미 나타난 것 같다. 그건 구라시마가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의지아닐까?

요코의 마지막 선물은 구라시마에게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어 주었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다.

죽은 부인이 남긴 유언은 고향바다에 자신의 유골을 뿌려달라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홀로 남겨진 남편이 남은 여생을 더이상 '인생'을 조심조심하며

뒷걸음 치지말고 '모험'을 하며 즐겁게 보내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요코의 좌우명 대로..


 "과거와 타인은 바꿀 수 없어도, 미래와 나는 바꿀 수 있어요."



 

 


  1. 발신인의 청구에 의하여 지정 우체국에 유치하여 두었다가 수취인이 직접 받아가는 우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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