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뒤돌아보는 사람은 모두 지나온 사람 ㅣ 걷는사람 시인선 26
이돈형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8월
평점 :
시인선 시리즈를 좋아하는 편이다. 시인들의 시집을 읽을 때면 그들의 성향이나 특징들이 더 잘 드러나서 흥미롭다.
어떤 시집에서는 과일이 많이 등장해서 이 시인은 과일을 좋아하나보다, 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 어떤 시집에서는 계절이나 새벽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해서 그 시간대가 되면 생각나기도 한다.
출판사 '걷는 사람'의 시집은 처음 읽어본다. 표지에 그려진 패턴과 색상이 감각적인 느낌이라 좋았다.
작가 이돈형의 시는 감정이 그려지는 글이었다.
'모르는 것'이라는 제목의 시에서는
'잎이 잎에 닿을 수 없어 무성이란 말이 생겨나듯
입이 입에 닿을 수 없어 간절이란 말이 생겨나듯
나는 내게 닿을 수 없어 다행이라는 말을 하였다 (p.36)' 라는 구절이 말장난 같기도 하면서도 마지막 문장이 슬프게 느껴졌다.
나는 내게 닿을 수 없어 다행이라니.
시의 마지막 문장에서는 '다 알고 그런것처럼 시치미를 뗀다'로 마무리 된다.
자신의 감정을 모르는 척, 모르는 척하는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듯하다.
올해 여름을 태풍으로 마무리하면서 '안녕'이라는 제목의 시에 공감이 갔다.
'사이는 멀어지고 그 사이 맨얼굴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뒤돌아보는 사람은 모두 지나온 사람...
빌려 온 슬픔을 되돌려 보낼 수 있어 한여름은 없었다.
그래서 안녕 (p.103)'
'뒤돌아보는 사람은 모두 지나온 사람' 시집 제목이 나와서 눈길이 갔다.
기나긴 여름이 지나가고 내년의 여름은 올해 여름과 같지않기를 바래본다.
산문시를 읽으면서 소설과는 또다른, 시인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느낌이어서 재밌었다.
출판사 '걷는 사람'의 다른 시집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