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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행복할 거야
정켈 지음 / 팩토리나인 / 2018년 12월
평점 :
"나는 오늘 행복할거야! 행복해지고야 말겠어!"라고 말한다고 한들 금방 행복해질까?
사람이라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을거다.
13살 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태어났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뫼비우스의 띠 처럼 생각이 돌고돌았던 기억이 난다.
이 질문에 한 가지 답으로 정의내릴 수 없었던 것처럼 '행복'이라는 단어도 명료하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행복이라는 건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일까.
『나는 오늘 행복할 거야』의 저자 정켈은 '늘 어딘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SNS에 글과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슥슥 무심하게 그린 것 같은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손으로 쓴 글씨가 나와서 좋았다.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을 하기도 하고, 타인이 나타나 '너는 괜찮아-'라고 위로해주기도 한다.
'나는 내가 지킨다' 라는 제목의 만화.
이불 속에 누운 '내'가 등장하고
'누우면 바로 잠에 들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떤 생각들은 나를 잠 못 들게 한다 (p.78)' 라는 말로 시작된다.
나도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해서 자책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때 이랬어야 했는데, 왜 나는 그러지 못했을까-라며 사소한 잘못에도 크게 후회하기도 한다.
만화 속 캐릭터는 생각한다. '나는 어쩌면 나 자신의 의지에 의해 파괴되는 걸까?'
신체에 가하는 폭력만큼 더 큰 폭력이 정신적인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신체적 폭력은 어디가 얼마나 다쳤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치료할 수 있고 아물어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하지만 정신적 폭력은 얼마나 다쳤는지, 회복은 되고 있는지 딱지가 떨어졌는지 혹은 다시 생채기가 나진 않았는지 확인할 수 없다.
보이지 않으니 알 수 없다.
스스로가 정신적으로 건강한지 아픈지를. 대략적으로 가늠할 뿐이다.
만화 속 캐릭터는 깨닫는다.
'나를 필사적으로 감싸 안아줄 사람은 정말 나여야 하는 거야 (p.86)'
그리고 편안하게 잠이 들 수 있게 푹신한 쿠션도 끼워넣고, 자신을 찌르려던 칼도 구겨버린다.
『나는 오늘 행복할 거야』를 평범한 제목을 가진, 평범한 만화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 속에는 많은 경험과 다양한 슬픔들이 담겨 있었다.
초반부에는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나를 행복하지 못하게 하는 건 뭘까?라는 질문이 이어진다.
후반부로 갈수록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어쩌면 나 일수도 혹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일 수도 있다고.
그리고 그것들을 끌어안고 살기 보다는 조금더 나 자신을 위해 스스로를 존중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차마 밖으로 나오지 못해서 꼬일 대로 꼬인 생각과 감정들'이 '꽉 차올라서 곧 터질 것 같이 위태로웠다 '고 한다.
그런 감정들을 그림으로 풀어냈고 SNS에 올렸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었다고 한다.
'저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제 이야기이자 당신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이야기였습니다 (p.255)'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어쩌면 내가 하는 고민은 우리모두가 하는 고민일 수도 있겠구나.
나에게는 크게 느껴지는 심각한 일도 누군가는 이미 겪어냈거나 겪어가고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연령을 불구하고 모두가 공감을 할 수 있는 책이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할 고민이 있거나 위로를 받고 싶은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