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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편이 흩날리는 저 눈송이처럼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十二月 ㅣ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칼 라르손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애정하는 도서 중 하나인 『열두 개의 달 시화집』
12개의 달마다 어울리는 시와 그림이 소개되는 책이다.
이전에 5월 8월 9월을 읽었었는데 책에 소개되는 그림과 시가 잘 어울려서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5월은 차일드 하삼의 그림과 함께 봄이 끝나고 여름이 시작되는 계절의 청량함이 담겨있었고 장미에 대한 시가 많았다.
8월은 무더운 여름을 시기하듯 바다와 물을 찾는 시가 주를 이뤘고, 앙리 마티스의 그림이 나온다.
9월은 드디어 가을이 시작되는 계절! 카미유 피사로의 그림과 함께 귀뚜라미, 너른 들판, 추석, 가을바람이 연상되는 시가 나온다.
겨울의 절정 그리고 한 해가 끝나가는 12월에는 어떤 시가 담겨져있을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12월의 제목 '편편이 흩날리는 저 눈송이처럼'은 심훈의 눈밤에서 따온 문장이다.
'편편이 흩날리는 눈송이'를 떠올리니 어제 펑펑 쏟아졌던 눈발이 생각났다.
'소리없이 내리는 눈, 한 치, 두 치' 가득 쌓인 지붕을 올려다봤던 기억도..
시를 읽으면 내가 봤던 장면들이 떠올라서 재밌다.
주로 윤동주, 심훈, 노천명, 백석 등 1900년대 조선에서 활약했던 시인들이 나오는데
이들의 시에는 그 당시 우리나라가 일본에 억압받았던 내용들도 많아서 씁쓸하고 가슴 아프기도 하다.
12월의 화가는 '칼 라르손' 그림과 함께한다.
처음 들어보는 화가 이름이였는데 1850년대 스웨덴 사실주의 화가이며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다고 한다.
무려 13살 때 스톡홀름 미술 아카데미에 들어갔다고 하니 어릴 때부터 재능이 있었던 화가였던 거 같다.
그림은 대체로 12월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들이 많다. 동화 속을 연상케 하고 원색적인 그림들이 주를 이뤘다.
시화집을 읽으면서 좋았던 시는 노천명의 '설야 산책'
일제 강점기의 시인, 작가, 언론인 이었던 그녀의 '개인적인 고독과 슬픔의 정서'가 담겨있다.
'설야 산책'이라는 긴 산문시를 읽으며 그녀가 걸었던 눈오는 밤이 상상되었다.
'이렇게 조용히 걸어가고 있는 내 마음속에 사라지지 못할 슬픔과 무서운 고독이 몸부림쳐 견디어 내지 못할 지경인 것을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리하여 사람은 영원히 외로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설야 산책 中'
그녀는 친일파반민족행위자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감옥에 수복되기도 했다고 하는데 그 당시의 진실을 누가 알까 싶다.
시는 참 좋은데 일본에 부역을 한 사실에 안타깝기도 하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을 읽으며 잘 알지 못했던 시인들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문학 교과서에 나오는, 잘 알려진 시 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시들도 많이 담겨있다.
그림과 함께 시를 읽으며 계절을 더 느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