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잘 지내고 있어요 - 밤삼킨별의 at corner
밤삼킨별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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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다니는 여행사진 작가이자, 감성적인 문구의 캘리그라피로 여러 권의 책을 낸 작가 밤삼킨별.

'밤삼킨별'이라는 필명을 처음 들었을 때 어두운 밤하늘의 별을 떠올렸었다.

밤을 삼킨 별이라니, 한번 들으면 기억에 남을 필명이다.

『난 잘 지내고 있어요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 책이다. 책의 앞과 뒤가 구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펼쳐도 뒤에서부터 펼쳐도 글이 시작된다. ​ 

사계절을 모두 담고 있는데, 봄-여름-가을은 14년동안 잡지에 연재한 글들을 담아놓았는데 순간순간을 담은 짧은 문장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겨울은 작가가 일본 북해도를 여행하며 쓴 긴 호흡의 에세이가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북해도를 여행하며 쓴 에세이가 마음에 와닿았다.  


 
 



작가이자 아내이자 두 딸을 가진 엄마. 

'고통으로 무뎌진 내가 다시 고통스러워지기 위해 떠나야 겠다(p.34)'는 고백을 시작으로 북해도로 떠남을 결심한다.

여행이라기 보다는 그냥 지금 있는 곳을 떠나야만 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여기만 아니라면 그 어디가 안 행복하겠어,라는 마음'으로 한국은 아니지만 같은 생김새의 동양인이 있는 곳에서

그녀는 길을 잃어도 안심을 하고 창 밖의 하얀 풍경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한다.


'떠나야 할 이유 한 가지+떠나지 못한다는 변명 백 가지'

'행복하지 않은 이 순간마저도 나는 잘 지내고 싶다'

'왜 좋음에 완전히 몰입되지 못하는가'

예사롭지 않은 제목들이 이어졌고 제목에 이어지는 글들이 내 마음을 쿡쿡 찔렀다.





'타인의 시선으로 제약되고 축수되고 생략되는 인생을 살지 말자

 해보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훨씬 많다(p.72)'

타지에서 혼자 먹는 라멘 한 그릇으로도 인생을 이야기하는 부분에 공감했다.

사소한 경험에서 오는 큰 깨달음.

얼마 전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내리막길을 오르고 내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리막길을 먼저 만나면서 바람이 부는 시원함에, 스릴있는 속도감에 웃음이 났었는데

이내 돌아올 때는 힘들겠구나 싶었다.

역시나 오르막길을 오르며 허벅지에서 나는 불(?)을 느끼면서 

'아 인생도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겠지. 한 길만 있는 인생은 없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서 오는 삶의 힌트, 가만히 앉아있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지 않을까.

 

 

 

 

북해도에서 찍은 풍경들은 모두 흑백 사진으로 나온다.

그 흑백의 느낌이 이미 지나온 과거의 느낌도 들고, 회색빛의 마음 같기도 해서 뭉클했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사는구나-혹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난 잘 지내고 있어요를 읽으면서 요즘 내가 하고 있는 생각들을 집어내는 부분이 많아서 신기했다.

결이 비슷한 사람을 만난 것 같아 기분이 묘하면서도 반가웠다. 저자의 다음 책이 나오면 또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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