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울다
거수이핑 지음, 김남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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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이 울다는 네 편의 소설을 묶은 중국 중편집이다. 중국에서 권위있는 상, 루쉰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책과 동명으로 나온 영화가 부산국제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국 소설은 거의 처음 읽어보았는 데 초반부에서는 중국식 지명이나 이름이 이질적으로 느껴졌으나 이내 내용에 빠져들었다. 


소설 속 시대는 1870~1940년대 이며 배경은 모두 향촌(시골)이다.

첫 번째 '산이 울다' 는 벙어리 홍샤가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시골로 흘러들어 살게 되는 이야기다.

남편 라훙은 홍샤를 자신이 소유한 물건처럼 막 다룬다. 그리고 홍샤는 원래 그렇게 살았다는 듯이 입을 꾹 다물고 산다.

자신을 때리는 남편이 끝내 죽었을 때, 홍샤는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밤이 되어서야 산으로 올라가 울부짖는다.

'대야와 부지깽이를 치켜들고' 외마디로 '아아아-' 울부짖었다. 산을 내려와서 홍샤는 '마음이 가라앉는다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행복이었다.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샘솟는 행복감 (p.69)' 을 느꼈다. 홍샤의 울부짖음은 남편을 잃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해방되었음을 알리는 울음이었다.



세 번째 이야기  '채찍돌림'에서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공산국가로 변하는 시대배경이 그려진다. 시골에서도 잘 먹고 잘 사는 사람과 못 먹고 못 사는 사람이 나뉘어지는 데 마우와 왕인란 부부는 부유한 층에 속했다. 하지만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마을 곳곳에서는 일명 '토지개혁'이 시작된다. 마을에서 땅을 많이 가진 자를 '지주'라 칭하며  '토지개혁공작조'는 지주의 땅을 모두 빼앗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그리고 지주를 공개적으로 헐 뜯는 '비판 대회'를 연다. 공작조는 마을 사람들을 모아 마우를 '공개 비판'하기 시작한다.

사람들 앞에서 입도 뻥긋하지 못한 채 비판 당하는 이 대회는 중국이라는 국가가 많이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나뉘어 준 것에 대해 감사함을 여기라고 세뇌시키는 운동이었다. 나중에 마우가 죽고 아내 왕인란은 다른 마을로 시집을 가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도 여자를 소유물로 여기는 인식이 강하게 느껴졌다.



시대적 배경을 인지하면서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간 불편했다. 

곱게 생긴 여자를 소유하려는 나이많은 남자들이 자주 등장했고, 과부가 된 여자는 남자를 잡아먹은 여자로 낙인찍혔다.

그리고 남자없이 여자 혼자서 어떻게 먹고 살거냐며 억지로 재혼에 떠밀리기도 했다.

'자고로 여자란 어려서는 엄마 슬하에서, 자라서는 남자 울타리 안에서 살아야 한다 (p.231)' 라는 말이 대놓고 나오기도 한다.

중국도 한국 못지 않게 가부장제 뿌리가 깊었다. 네 편 모두 여성이 주인공이었지만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가는 주인공은 없었으며 모두 안타까운 삶을 살아간다. 지금 시대와 비교해서 과거보다는 지금이 더 나아졌다.

다시 지금 시대와 비교해서 현재보다 몇 년 뒤가 더 나아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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