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빌라
이한나 지음 / 카노푸스 / 2018년 8월
평점 :
오랜만에 소설을 찾았다. 『나의 빌라』는 원룸 요정/사라지다/완벽한 혼자/100층/나의 빌라
총 다섯 편으로 이루어진 단편 소설집이다.
SF, 코믹, 공포, 환상 등 다양한 장르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심심하지 않게 읽어볼 수 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 '원룸 요정'은 주인공이 사는 방 안에 요정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 요정은 평범한 요정이 아니다. 요정의 능력이 특이한데..바로 돈을 먹으면 돈을 싸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1만원을 먹으면 2만원을 뱉어내는 무려 2배로 돈을 만들어내는 화수분 같은 요정이었다.
원룸에 사는 주인공은 라면과 식빵을 주 끼니로 먹으며 살고 있으며, 월급은 들어오는 족족 빠져나간다.
이런 사람 앞에 돈을 먹고 돈을 싸는 요정이 나타난 것이다!
돈이 없는 주인공에게 요정은 "내가 큰 마음 먹고 간만에 나타난 건데,,혹시 어디 돈 나올 데는 없을까? (p.31)"라며 돈을 요구한다.
그러면서 신용카드를 발급하게 하고 현금서비스를 받게 한다.
돈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고, 곧 부자가 될거라고 달콤한 말을 쏟아낸다.
하지만 결말은 누가봐도 새드엔딩...이다.
누구나 한번 쯤은 램프 요정 지니에게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빌어봤다면, 재밌게 읽어볼 수 있는 이야기다.
반대로 교훈도 얻을 수 있다. '쉽게 얻어지는 건 없다는 걸..'
다섯 편의 이야기 중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가장 "완벽한 혼자" 이다.
소설 속 연구원은 '인간의 고독'에 대해 가상 실험을 실행 중이다.
'인간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다른 인간과의 접촉을 그리워하고 원하는지를 연구(p.109)'하는 실험.
실험 참가자는 현실에서는 수면상태 이지만 꿈 속에서는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SF적인 배경 이야기가 돋보였다.
실험 설계는 너무나도 완벽했지만, 실험 참가자는 수 일이 지나도 깨어나지 않고 있다.
실험 참가자가 고독한 기분을 느낄 때, 가족이나 친구 연인에게 전화를 걸면 상황이 종료되는 실험인데
실험 참가자는 가상 공간에서 너무나도 잘 지내고 있었다. 고독하고 외로운 기분을 느끼지만 그 누구에게도 전화를 걸지 않는다.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는 '보안 코드'로 참가자를 깨어나게 해야하지만 보안 코드 마저 잃어버린 상황..
연구원은 내내 참가자를 지켜보며 언제 깨어날지 기다리고 있다. 이 참가자가 깨어나지 못하면 이 실험도 망한다.
이 때 연구원의 행동이 이상했다.
'통화 버튼을 누르려다 한참 고민하고 그냥 휴대폰을 바닥에 내려놓았다..나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밖의 하늘과 바깥 풍경이 보이지만 그 공간은 지나치게 작았다.
흡사 벽에 바깥 풍경을 찍어놓은 사진을 붙여둔 것처럼 매번 똑같은 광경이 보였다. (p.119)'
연구원이 보는 실험실 안과 밖의 묘사가 마치 가상 공간처럼 느껴졌다. 설마 연구원이 있는 곳도 가상 공간인걸까..
결과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면서 끝이 난다.
소설을 읽으면 그 상황이 머릿 속에서 상상이 되는 편인데 '완벽한 혼자'이야기는 상상하면서도 조금 소름이 돋았다.
소설 속 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단편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밌을 거 같다.
『나의 빌라』는 이한나 작가의 첫 소설집이라고 하니 다음 소설집에서도 특유의 상상력을 기대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