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적인 그림
우지현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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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글이 함께 있는 여행에세이를 좋아해서 주로 읽어왔다.

글을 읽고 사진을 보면서 글쓴이의 생각이나 그때의 감정들을 알 수 있어서 좋고, 장소와 감정들을 공유.공감한다는 것이 책을 읽음으로써 가능하다는게 신기했기 때문이다.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지 않고도 말이다.

쌍방소통이 아니라 일방소통같기도 하지만 글쓴이도 읽는이를 고려하여 책을 쓰기 때문에 시간차를 둔 쌍방소통 같다.


여행에세이뿐만 아니라 일반 에세이나 산문집에서도 글쓴이와 읽는이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여기에 사진이나 그림이 더해지면 글쓴이의 감정을 더 세밀하게 알 수 있어서 좋다.


『나의 사적인 그림』은 화가가 그린 그림에 빗대어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림에 대한 예술적인 감상이나 설명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말하고 그림을 통해 한번 더 거쳐 말한다.

 



                                                                                조지 클로젠 「울고 있는 젊은이」 1916년



 

연애를 안하면 ㅇㅇ씨는 왜 연애안해? 젊을 때나 연애하는거야~ 혹은 결혼했으면 애를 가져야지~등..

"타인의 삶"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회, 요즘 사회가 딱 그런 모습 같다.

타인의 삶에 함부로 발을 들이는 사람들은 대게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때로 모르거나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남을 미워하고 비난한다.

다 안다는 착각 속에 멋대로 단정하고 결론짓는다.'

​화살같은 말에 누군가는 저 그림 속 여인처럼 발가벗겨진 채로 울지도 모른다.

'감히 누가 누구의 삶을 평가하거나 판정할 수 있을까. 타인의 삶에 함부로 판관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 각자는 모두 미지의 세계다. (p.103)' 

공감되는 문장 그리고 타인의 삶에 제멋대로 발을 들이는 사람이 되지말아야지 다짐하게 된다.



                                                                                            클로드 모네 「수련」 1916-1919년


책을 읽기 전에 후루룩 넘겨보다가 눈이 시원해지는 파랑색의 그림에 멈춰졌다.

이 그림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화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다.

수련은 한 점이 아닌 연작으로 되어있다고 한다. ​

이 그림보다 살짝 어두운 채도의 수련만 알고 있었는데 청량감 있는 파랑색의 수련 그림도 있다니..새로웠다.

모네는 오랑주리 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하면서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시민에게 일반 공개할 것. 장식이 없는 하얀 공간을 통해 전시실로 입장하게 할 것.

 ​자연광 아래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할 것.'

그의 뜻대로 수련은 아무것도 없는 하얀 벽면에 걸려있다.

모네 전시관에 '첫발을 디디는 순간 방대한 그림 크기에 놀라고 독특한 구도와 동선에 매료된다.

무엇보다 충격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색채에 넋을 놓게 된다(p.207)'고 한다.


 '수련의 꽃말은 청순한 마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수련을 보면 마음이 깨끗해지는 기분이 드는걸까.

저자는 모네의 수련을 보면서 '혼탁한 연못 속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는 수련처럼. 삶이 비루하더라도 맑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며 살겠다'고 '온갖 시련이 닥쳐도 삶의 존엄과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p.209)'고 말한다.

나 또한 그렇게 나이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백발의 머리를 하고서도 반짝이는 눈을 하며 배우는 사람. 하고 싶은일에 정성을 다하는 사람. 그런 사람.



『나의 사적인 그림』은 글이 주, 그림이 부인 책이다.

처음에는 그림을 보려고 읽은 책이었는데 점점 글에 매료될 정도로 글이 참 매력적이었다.

한문장 한문장 마음에 와닿았고, 나는 어떤 대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스로 질문해 보는 시간이었다.

너무 좋은 책이다 두루두루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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