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급주의 - 따뜻하고 불행한
김이슬 지음 / 책밥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초록색 바탕에 강렬해보이는 궁서체의 책 《취급주의》

겨울날에 보면 크리스마스를 떠올릴 수 있는 색 조합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름이므로 강렬한 빨간색이 따갑게 느껴졌다.


이 책은 김이슬 작가가 세상에 처음으로 내보이는 책이다.

인스타에서 짧기도 길기도 한 글들을 읽으며 책의 소식을 접했었다.


저자는 낯간지러움을 싫어하며 약간 츤데레인 사람 같았다 (단면을 보고 판단할 수 는 없지만.)

이 책도 그러한 느낌이 담겨져 있다. 툭툭 내뱉은 문장들이 다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엄마에 대한 글이 자주 보였는데, 읽을 때마다 목구멍이 울컥여서 고개를 자주 흔들었다.



60이 넘은 저자의 엄마는 자주 무릎이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계단을 오를 때는 천천히, 내려갈때는 꽃게처럼 옆으로 내려간다.

그럴 때면 '나'는 '엄마 대체 왜 그렇게 걸어? 그렇게 다리에 힘이 없어? 똑바로 내려가 봐, 한번. 어? (p.25)'

이상하게 짜증이 났다고 한다.

아마도 나이들어가는 엄마의 모습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일 거 같다.

나 또한 어느새 나보다 작아진 엄마의 키에, 고된일을 증명하듯이 거칠고 울퉁불퉁 굵어진 손마디에,

새치가 아닌 희끗희끗 눈밭이 되어가는 엄마의 머리카락에, 안쓰러움보다는 아니라고 부정하고픈 마음이 컸다.

엄마의 나이듦을 멈춰줄 수 없기에.

그리고 내가 엄마의 시간을 먹으며 크는 거 같아서.



저자의 외할머니는 망고를 좋아하신다고 한다.

인생의 첫 망고. 망고를 먹은 외할머니는 '하이고, 야야. 뭐 이랜 게 다있나. 달다 달아'

그래서 '엄마는 그 모습이 좋았나 봐요...그래서 엄마는 오늘 망고를 샀대요. 이렇게라도 딸 노릇 해야지, 엄마가요.

엄마는 내일 시골에 간대요. 갔다가 올라오면 그때 그 파스타 가게 갈까? 제가요 (p.126)'

나의 외할머니는 어떤 과일을 좋아하셨을까.

나의 외할머니는 오랜 암투병을 하시다가 끝내 돌아가셨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할머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더 자주한다.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의 얼굴은 58세의 나이에 멈춰있다.

그리고 할머니와 비슷한 얼굴을 한 분들을 볼 때면 그리운 마음이 더 커진다.

나의 할머니는 어떤 음식을, 어떤 과일을 좋아하셨을까.



 


 

 

눈이 좋지 않은 저자는 한강이 반짝이는 덩어리로 보인다고 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상상을 해보았다.

1.5의 선명한 시력을 가지고 있지만, 나도 저자처럼 눈이 좋지 않다면 일렁이고 '반짝이는 덩어리'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뚜렷한 경계가 없는 수채화처럼 반짝이는 덩어리'

눈이 좋지 않은 건 분명 불편하고 힘든 일인데 왠지 저자가 가지고 있는 불편한 점이 근사한 낭만처럼 느껴졌다.



《취급주의》 부제는 따뜻하고 불행한. 부제처럼 이 책을 읽으며 따뜻함을 느끼기도 했고 불행을 느끼기도 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불행은 모두 다르겠지만 환경에서 오는 동질감을 느꼈다.

작가가 느껴온 불행들이 멋진 글이 된 거 같다. 불행이란 단어 앞에 '근사한' '멋진' 같은 단어들을 붙여주고 싶다.  

다음 책도 꼭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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