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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을 위한 여행 - from Provence to English bay
양정훈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8년 4월
평점 :
오랜만에 여행 수필을 읽었다. 수필과 에세이가 언어만 다른, 뜻은 같은 단어인 줄 알았다.
장르에 대해 검색하면서 알게 된 건, 수필≠에세이 는 같지 않다는 것.
수필은 생활에서 직접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쓴 산문.
에세이는 중수필이라고도 하는데,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객관적인 관찰을 바탕으로 쓰이며,
서술자인 '나'는 배제하고 논리적 보편적 사색적...으로 쓴 글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행 수필은 여행 에세이보다는 조금더 가벼운 느낌이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여행> 은 여행자를 꿈꾸는 양정훈 저자가 쓴 책이다.
프로방스, 산토리니, 아시아, 런던, 캐나다 서부로 파트가 나뉘어져 있다.
이 곳들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과 글을 엮어놓았다. 글과 사진들이 참 잘 어울렸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여행지를 보면서 종종 내가 있는 곳의 비슷한 풍경들이 연상되었다.

'비가 오고 있잖아요'라는 제목을 가진 글은 정말 비오는 날을
연상시켰다.
채 마르지 않은 물기를
머금고 있는 글.
"그대 등은 참 마르고
물렀어요. 어느 날은 노인 같기도 하고 어느 날은 복숭아 같기도 하죠."
사랑하는 그대가 우리는
어디까지일까 라고 물었을 때,
"잠자코 있었지만
사실은 다 알았지요. 비 오면 그대 그만 보고 싶어질 것을."
"물결 같아요,
나는. 이리 툭 저리 툭 그대 가슴과 몸 틈마다 치이다가 비 오는 밤에 새삼스레 다 지겨워지고 말았네요..
그러니 툴툴 털고
당신은 당신의 슬픔을, 나는 나의 슬픔을 살아요, 우리.
(p.98)"
크-좋다. 물결 같아요
나는~ 으로 시작되는 문단을 몇 번이고
읽었다.
'새벽마다 이름만
데리고 잤다'를 읽으면서 무릎을 탁 쳤다.
"밤마다 축축한
이름 세글자/ 너 대신 돌아와 함께 잔다.
왜 이렇게 애타고
서러운 음절들로/ 너는 이름을 지었는가.
결국 갖지 못한
맑고 아름다운 폐허야/ 폐허로 지은 이름아.
나는 자꾸 이곳에
돌아오지 말고/ 그 이름에 들어가 살고 싶다. (p.291)"
저자에게 말하고 싶다. 시 집 한 권 내주세요:)
한 사람의 시점에서 바라본 세계와 감정을 글로 경험하는 여행 수필.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여행》은 여행 수필로 분류되었지만 수필과 에세이의 중간에 있다.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글과 사진에서 묵직한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