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회의 <벽광나치오>를 읽고 있다. 조선 후기 한분야만을 파고들어 그 분야의 프로패셔널이 된(이 책의 원제이기도 하다 <조선의 프로패셔널>) 열 한 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조선 시대에도 이런 인물들이 있었구나 하는 색다른 발견의 재미가 쏠쏠하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최근의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떠올리게 하는 재미난 부분이 있다. 조선 시대 최고의 책거간꾼 책중개상이었던 '조신선'의 이야기가 그것인데, 이 인물의 일대기를 읽다보면 400년간 늙지 않고 살아온 도민준이 자꾸 연상된다.

조신선이란 이 사람은 타고난 부지런함과 비상한 기억력 해박한 지식으로 조선 후기 학자들에게 필요한 책들을 두루 유통시킨 탁월한 책거간꾼이었는데 그에 관련된 기록들 중에 눈에 뜨이는 것은 도무지 나이를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약용의 기록에 따르면 그를 처음 보았을 때 대략 삼십대 후반의 나이로 보였는데 몇 십년 지난 다음에 보았을 때에도 역시 삼십 대 후반으로 보였다고 한다. 게다가 그에 관한 기록들이 남아있는 걸 연대기에 따라 늘어놓으면 적어도 백살 이상은 살았던 거 같다.

그때 사람들 눈에도 그렇게 나이를 알 수없고 외모가 늙지 않는 조신선이란 사람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조신선을 언급한 거의 모든 기록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그의 나이 이야기라고 한다.

이렇듯 유별났던 책거간꾼 조신선의 존재를 별그대의 작가들은 알고 있었던 것일까? 도민준의 비밀서가에 가득한 장대한 장서들은 아무래도 내겐 조신선의 생애와 겹쳐 보인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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