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여행 에세이, 개정판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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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03. 23 ~ 03. 27.

 

잘 읽힌다. 
솔직히 정신분석, 대상관계...  등등 
심리분석과 관련된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헤집어진 마음을 추스리는데 걸리는 시간과 모든걸 어떤 이유에 짜맞추듯 바라보고 분석하려드는 태도가 썩 유쾌하지 않아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마도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기 겁이났다는게 맞을 것이다.   
 
두 번째 읽게 된 <사람풍경>은 이전과 다르게 덤덤하게 다가온다. 나이가 들면서 마음의 자리가 커진 탓도 있고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은 어떻게든 세상에서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생각하니... 나 자신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시선이 조금 더 살가워졌다. 

p.79 ‘객관화‘, ‘지식화‘가 아주 오래되고 뿌리 깊은 나의 방어기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을 것이다.

p.82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들이 좋다고 말하는 바로 그 지점에 그들의 트라우마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생에서 문제가 되는 그 하나의 상처만 해결되면 나머지는 다 괜찮아질 바로 그 아킬레스건에 대해 이야기하는구나 싶었다.

p.85 정지된 여행의 일상 속에서 문득 우울증이 오고, 바로 그 ‘멈춤‘이 우울증의 원인이었음을 알았을 때 깨달았을 것이다. 생이란 본디부터 그렇게 유동적이고 불안정하고 소란스럽고 깨어지기 쉬운 것이라는 것을. 본래 그런 삶을 유독 불안정하게 느꼈던 것은 내면의 불안감 때문이었으며, 그것 때문에 정상적인 삶조차 불안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을.

p.109 정신분석을 받으며 자각한 것은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는 식의 과도한 자주성이 의존성의 뒷면이라는 것이었다. 나 역시 내면에는 누군가에게 보호받고 도움받고 싶은 마음이 어마어마하게 억압되어 있었다.

p.113 콤플렉스와 콤플렉스는 금방 서로를 알아보기 때문에, 내 의존성이 자주성의 가면을 쓰고 있을 때 내게는 직접적으로 의존성을 표출하는 사람이 많았다.

p.175 "네가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네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네 속에는 네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는 어떤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볼 때 그 사람을 싫어하게 된다. 네가 싫어하는 것이 실은 네 자신의 일부이다. 늘 이것을 명심하거라." 《인생과 자연을 바라보는 인디언의 지혜》중에서

p.185 내가 이끌리는 대상 역시 적당한 ‘거리‘가 확보된 사람들이었다. 지리적으로 먼곳에 있어 자주 만날 수 없는 사람, 사회적으로 결합이 불가능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 상대방을 전적으로 떠안거나 전면적인 관계를 맺지 않아도 되는 사람에게 더 마음이 끌렸다.

p.188 사랑의 반대말이 증오나 분노가 아니라 ‘무관심‘이듯, 생의 반대말은 죽음이나 퇴행이 아니라 ‘방어의식‘이 아닐까 싶다. 방어의식은 사람을 영원히 자기 삶의 바깥에서 서성이게 만든다.

p.240~241 그중 ‘적절한 보상을 기대하는 능력‘이라는 항목을 읽을 때 머릿속이 핑 돌면서 어떤 대사 하나가 떠올랐다. "왜 무엇을 주고도 보답을 받으려 하지 않죠?" ... 내게는 적절한 보상을 기대하는 능력이 없었다. 선물을 준다는 행위는 틀림없이 그만한 사랑을 요구한다는 의미임에도, 자신이 보답을 받을 자격이나 가치가 있다고 진정으로 느끼지 못했다. 그것은 전형적으로 자기 존중감이 약한 사람의 태도였다. 그러고 생각해 보니 이십 대 때 취미생활처럼 했던 짝사랑의 진정한 본질도 그것이었다. ... 자기를 긍정하고, 자기 삶에 책임을 지며,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고독을 참아 내며, 성실성과 정직성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자기 존중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존중감은 또한 자기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긍정적인 속성을 거짓 겸손이나 우월감 없이 인정하며, 자신의 부정적인 속성을 열등감이나 자기 비하감 없이 시인하는 마음, 그것이 자기애와 자기 존중감의 본질을 형성하는 토대이다.

p.326 ‘혼자 있기‘의 건강한 측면은 독립된 인격체로서 분리와 개별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상태를 말한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은 채 충만함 속에서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 그것은 정신 건강의 중요한 척도라고 한다.

p.338 인간 정신에 ‘정상‘의 개념은 없으며, 생이란 그 모든 정신의 부조화와 갈등을 끊임없이 조절해 나가는 과정일 뿐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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