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존록 9
풍종호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이런 초식을 본 적이 있소?
나 같은 자를 본 적이 있소?

   지존록. 정확히는 경혼기 지존록이다. 지존, 분뢰, 영겁의 이야기 중 가장 먼저 세상에 나온 것은 붕대를 칭칭감고 나타난 분뢰수였다. 도서출판 뫼에서 95년(인간무협을 표방하고 일련의 걸작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 나왔으니 벌써 10년이 넘었다. 지독하다. 저 쟁선계도 당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하게 늦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잉태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여러가지 설이 있다. 그러나 확실한건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우리는 기다린다는 거다.

   줄거리는.. 다들 아실거다. 이 책을 구입하시려고 여기까지 오신분이면.. 단순히 눈에 보이는 줄거리만 얘기해버리고 끝내기에는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킬링타임을 위해 대여점에서 빌려 보실 분에게는 비추천이다. 킬링타임으로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1권이나 2권에서 던져 버렸대도 놀라지 않을거다. 사실 그냥 읽다보면 너무 허황되고 터무니 없이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이다. 게다가 책의 출판주기가 느린거 못지 않게 이야기의 진행속도도 더디다. 그것뿐인가.. 우리의 불친절한 종호씨는 해답을 쉽게 주지 않는다. 어느새 몇 번씩 빌려보고 있는 자신을 볼 때 '차라리 사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신 분이라면.. 당신이 이미 여기 9권까지 왔다면 사는게 손해를 덜 보는거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빨리 손을 끊거나~

괴이하다. 기이하다. 그래서 괴기(怪奇)무협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난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역사를 생각하게 된다. 주원장이 어쩌고 백련교가 저쩌고의 역사가 아니라 무림의 역사말이다. 무림이란 숲속에서 태어난 수많은 인간들과 무공들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온 기이한 인연의 이야기들이 홍수가 되어 나를 적신다.

무협작가 중에 누가 신검인줄은 모르겠다. 그러나 마도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풍종호를 선택하겠다. 다만 한 가지 염려가 되는 것은 또 누가 있어 그의 뒤를 이을까 하는 것이다. 그는 결국 일대마도(一代魔刀)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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