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네베 발굴기 대원동서문화총서 12
아놀드 C.브랙만 / 대원사 / 199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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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명절에 TV에서 가끔 해주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빼먹지 않고 본다. 매번 되풀이되는 시리즈인데다 이미 오래 전 영화라 주인공인 영화배우의 모습도 낯선 영화지만 볼 때마다 질리지 않고 재미있다. 호기심 많은 나에게 꼭 맞는 줄거리를 지녔다.

내가 고고학에 대해서 아는 점이라고는 오래된 석판의 먼지를 훅훅 불어대며 조각난 파편을 짜 맞추며 지르는 환호성과 영화에서 본 빛나는 보물 발견의 흥미진진함 등이 뒤죽박죽된 느낌에 불과하다.

그러나 고고학은 과거를 회상하는 낭만적인 학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니네베 발굴기'도 꽤 두꺼운 책이었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이 작품이 실제인물의 기록기인지 아니면 픽션에 불과한 소설인지 혼동될 정도로 흥미진진했다.니네베는 스스로 망한 도시다. 니네베의 몰락은 아시리아의 몰락까지 불러왔다. 니네베 민족들은 환락으로 가득한 생활을 즐겼고 잔인한 민족이었다. 그들의 잔인성은 영웅성으로 뒤바뀌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신은 이런 민족을 가만두지 않았으리라...

그들의 뛰어난 석판 부조들을 모래구릉 속에 파묻혔고 후세사람들에게 극악무도한 민족으로 낙인찍혔다. 발굴되기 전에는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를 잊혀진 도시가 되었다. 그러나 니네베도 레이어드에 의해 태양의 빛을 보게 되었다.

니네베를 발굴해 낸 레이어드는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는 고고학자는 아니었다. 그는 전문적인 지식도 갖추지 못했다. 그가 가진 거라고 20살의 젊은 나이와 어릴 때 읽었던 천일야화의 꿈, 미술품에 대한 지식이 전부였다.

그가 영국을 떠날 때도 고고학적인 야망보다는 천일야화의 신비한 모험을 기대하며 떠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모험가다운 자세와 푸른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레이어드 다음세대의 고고학자인 쉴리만에 비해 무지막지한 방법으로 발굴을 감행했고 그에 비해 테크닉도 떨어지지만 그의 의욕은 '황소'라고 불리 울 만큼 넘쳐났다. 그는 대영 박물관에 자신이 발굴한 유물이 전시되는 꿈을 가졌다. 프랑스인 발굴가 보타와 경쟁하며 대영 박물관에 니네베관을 여는데 성공했다.

아시리아의 모래 평원 위에 둥글둥글 솟아있는 구릉 속에서 그는 과거의 역사를 하나하나 발굴해 나갔다. 내가 그에게 놀란 점은 발굴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발굴기록을 기록하여 '니네베와 그 페허들'이란 책을 출간했다. 그의 문학적인 표현이 그의 발굴기록을 빛내주었고 모험을 꿈꾸는 유럽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니네베 발굴기'에는 잘 나와있지 않지만 그의 발굴을 마친 뒤 일생을 정치가로 보냈다고 한다. 그의 유명세가 이 같은 일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책을 덮고 나니 니네베의 부조가 신기루처럼 떠오른다. 한줌의 모래로 변해버렸을지도 모르는 유물들이 머릿속으로 쏟아진다. 미래에도 또 다른 레이어드가 과거를 미래로 끌어올려 줄 수 있을까...

이 책은 실제인물의 발굴기를 각색한 책이다. 잘 알려진 쉴리만의 발굴기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소설이지만 고고학을 좋아하고 호기심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 책을 추천해 준 교수님께서는 이 책으로 인해 인생이 바뀔뻔했다고 까지 말씀하셨다. 읽고나서 만족한 교양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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